[관점뉴스] 이재용 회장, 마지막 사법리스크 뛰어넘어 '뉴삼성' 열수 있도록 해줘야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1.22 05:00 ㅣ 수정 : 2023.11.22 05:00

검찰 결심 공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 구형
국가 경쟁력 직결된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도 '빨간 불'
미래 먹거리 사업 마련에도 사법 리스크로 지장 받을 가능성 커져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과 장기적 투자는 기업 총수 결단에 달려 있어
이 회장, 복권 후 '광포적'인 경영 행보로 주력사업과 미래사업 챙겨
내년 반도체 시장 회복 전망에 이 회장 부재 삼성은 물론 국가에도 타격
무죄나 집행유예 통해 이 회장이 '뉴삼성'으로 국가에 보답하는 기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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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1심 결심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이제는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검찰이 끝내 이 회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해 이재용 회장의 운명은 이제 법원 판결에 맡겨졌다.

 

무엇보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기업 경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이번 사법 리스크 재판은 이 회장 개인이 문제가 아닌 삼성 전체 문제로 인지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올해 역대급 반도체 위기로 최악의 실적 악화를 겪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여전해 안팎으로 사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어 총수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선고를 앞두고 연말연초 삼성 내부에는 다소 무거운 공기가 감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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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고 지금까지 약 3년에 걸쳐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17일 1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삼성 측은 그동안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끝내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이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이며 그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현재 최종 선고에서 형량이 축소돼 최상의 시나리오인 무죄나, 차선인 집행유예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인 구속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이 회장이 구속되면 또 다시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삼성은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삼성도, 이 회장 당사자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총수의 사법 족쇄와 이에 따른 리스크를 삼성은 국정농단 재판과 이번 불법 경영 승계 재판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껴왔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혐의와 관련해 2017년 2월 1심에서 구속, 2018년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이다 2021년 1월 최종적으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복역 기간 중 경영 참여가 불가했던 것은 물론이고 이듬해 8월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된 이후에도 취업제한으로 실질적인 경영 참여가 불가능했다.

 

이는 삼성 경영 방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기업 M&A(인수합병)의 부재다. 삼성은 2017년 이 회장 주도로 진행된 자동차 전기·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Harman) 인수를 끝으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주요 경영진들이 M&A 가능성을 언급해오긴 했지만 실행으로 옮겨진 사례는 전혀 없었다.

 

대규모 투자도 이 회장 경영 일선 유무에 따라 바뀌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처음 구속됐던 2017년 이후 삼성의 대규모 투자 단행 소식은 없었다.

 

그러다 이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2018년 8월 미래성장 사업 180조원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133조원과 같은 해 10월 QD(퀀텀닷) 디스플레이 13조1000억 △2020년 평택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0조원 투자와 그해 6월 평택 낸드플래시 8조원 투자 등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회장이 다시 구속된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를 위한 240조원 투자 외에는 대규모라고 표현할 만한 추가 투자 발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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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삼성전자]

 

대규모 기업 M&A와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이 리스크(High Risk: 고위험)를 고려해야하는 만큼 총수 결단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 경영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삼성은 대규모 인수합병도, 대규모 투자도 쉽게 이뤄지지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선례를 볼 때 만일 불법 경영 승계 재판에서 이 회장 경영공백이 발생하면 삼성이 맞을 역풍은 더욱 크다.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돼 취업 제한이 풀리고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한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광폭적’이라고 불릴만큼 바쁜 행보를 보였다. 그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주력 사업을 직접 돌보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며 ‘뉴삼성’을 가속화 했다.

 

무엇보다 올해 삼성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 실적이 밑바닥을 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부터 줄곧 적자를 냈는데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총 8조9400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안팎에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었고 이 와중에 이 회장이 보여준 광폭 행보는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킨다’는 삼성가(家)의 DNA를 방증하는 의미가 컸다.

 

더불어 급변하는 산업환경으로 미래에 대한 선제 대응이 요구되며 삼성도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과제로 반도체 업계가 내년 하반기에 회복세에 진입할 거라는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과 기술력 강화로 업황 회복을 준비 중이다. 

 

올해 밑바닥을 찍고 반등을 준비 중인 삼성이 가장 큰 경영동력인 이 회장을 잃게 되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도 이 점을 강조하며 기업인으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지금 전 세계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한국은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성격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인수합병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먼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돼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두 회사 합병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인으로 지속적으로 회사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고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총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재용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시점에 회장으로 취임해 국내외 주요 사업을 현장을 직접 챙기며 삼성의 위기 돌파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위기론을 불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이 취임 후 지난 1년간 뉴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때이므로 이 회장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질 시점”며 “삼성으로서는 추후 경영승계 선고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통해서라도 이 회장 공백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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