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계층 간 임금 격차 심화…취약 계층 임금 확대‧일자리 보장 필요해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2008년부터 완화 추세였던 시간당 임금격차가 최근 소폭 강화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임금 격차 확대는 노동 수요공급구조 변화에 따른 임금의 양극화 현상이 강화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고숙련 고임금 취업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고령층 노동시장 참여로 저임금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최근 임금 격차 특징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임금 격차는 완화되는 추세였으나 2020년부터 다시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시간당 임금의 불평등 정도를 계수화한 지니계수가 2018년 0.349에서 2020년 0.325로 소폭 줄어들다가, 2022년 0.332로 다시 올랐다. 지니계수는 평등이 0, 불평등이 1을 의미한다. 저임금인 1분위에서 고임금인 10분위까지 10단계로 구분해 실질임금으로 환산한 시간당 임금을 살펴보면 2020년∼2022년 시간당 임금 상승 폭은 1분위에서 가장 작았고, 10분위에서 가장 컸다.
임금 격차 완화 국면에서는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률이 높았고, 임금 격차가 강화 시기에는 저임금층에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다른 분위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2022년 평균 시간당 임금은 2만2651원이다. 1분위 임금이 9765원, 9분위 임금이 3만4411원으로 나타나 2만4646원 차이를 보였다. 실질임금으로 환산하면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20년 1만9316원에서 지난해 2만1020원으로 8.8% 상승했다. 1분위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20년 8807원에서 2022년 9062원으로 2.9% 상승해 전체 상승폭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9분위 임금은 2만9317원에서 3만1933원으로 11.2% 상승해 전체 상승폭을 상회했다. 2020년 이후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슥폭이 고임금 근로자보다 작아지면서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 둔화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인 고령층과 여성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2년 1분위 근로자를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41.6%, 여성이 58.4%로 여성의 비중이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4세 이하(19.0%), 65세 이상 초고령층(15.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65세 이상 저임금 근로자 수는 2년 전에 비해 25.3% 증가했고, 여성 근로자 수는 36% 증가했다. 최근 저임금 근로자가 다수 종사하는 숙박 음식점업‧보건업‧사회복지업에서 여성 취업자 증가폭이 컸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19.9%로 가장 많았고,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도 8.6%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재고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과 근로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각 기업에서는 정년연장과 퇴직자 재고용 등을 통해 고령자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또, 특정 시간대에 근로자가 필요한 직업군에서 경력 단절 여성 등에 고임금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보장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전체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나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 감소가 두드러진 것도 임금격차가 커지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위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08년 137.3시간에서 2022년 53.1시간으로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 중 자발적 사유로 근로 형태를 선택한 비율이 2020년 50.7%에서 올해 59.8%로 증가했다.
근무 시간이 줄어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증가해 임금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객이 없는 시간에 조기 퇴근을 실시하고 일하지 않은 만큼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 일손이 필요 없는 시간에 노동자의 근로를 보장하지 않는 기업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의 근무 시간을 보장하는 고용주의 노력이 임금 격차 해소를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저임금 산업 및 고임금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동시에 증가한 것이 임금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저임금 대표 직군인 숙박음식점업이 27만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451만4000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고임금 대표 직군인 정보통신업이 172만1000명,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151만명씩 늘어나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