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16 07:23 ㅣ 수정 : 2023.11.16 07:23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건전성 악화된 인뱅들 담보대출 비중 확대로 리스크 분산 나섰지만 시장선 ‘포용금융 외면’ 지적···당국도 부정적 내년 중저신용 규제 논의···완화 여부에 주목 업계 “포용 범위 넓어야···유연한 정책 필요”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숙명과도 같은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편의성·접근성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고금리 장기화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자산 건전성이 위협받고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담보대출 확대에는 포용금융 외면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동안 갈망해온 규제 완화 여부도 안갯속이다. 금융 혁신은 둘째 치고 생존이 우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뉴스투데이는 인뱅이 처한 위기와 돌파구를 3편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 기사 게재 순서
[인뱅 중금리 딜레마-①] ‘메기 기대감’ 속 급성장···총자산 100조원 목전
[인뱅 중금리 딜레마-②] 부메랑으로 돌아온 포용금융···건전성 악화 어쩌나
[인뱅 중금리 딜레마-③] “지속가능성 높여야”···내년 규제 완화 여부 촉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뱅들은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를 담보대출 확대로 돌파하겠단 전략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시장에선 인뱅들이 ‘안전한 대출’만 취급할 경우 혁신·포용이라는 설립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성 은행들과의 차별화 또한 실종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인뱅들의 체질 개선 움직임에 날을 세우고 있다. 내년 적용할 중저신용 규제 논의 결과가 인뱅에 불리하게 도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지속가능한 혁신·포용금융을 위해선 금융시장 변화에 맞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기준 여신 잔액 37조1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월세대출 등 담보대출 잔액은 19조9000억원(53.6%)로 집계됐다. 담보대출 비중은 올 1분기 47.4%, 2분기 51.0%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담보대출 비중 역시 올 1분기 23.7%에서 2분기 29.1%, 3분기 32.9%로 점진적 증가 추세다. 토스뱅크는 올 9월 첫 전·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가시적 비중 변화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뱅들이 담보대출에 힘을 주고 있는 건 중저신용 대출 취급 확대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함이다. 금리 상승기 신용대출 중심의 연체율 상승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담보대출 비중 확대로 리스크 분산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담보가 있기 때문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인뱅들이 선택한 일종의 생존 전략이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가장 문제 삼는 건 ‘중저신용 대출 공급’이라는 인뱅의 설립 취지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중저신용 대출 부실이 현실화하자 담보대출로 눈을 돌리는 건 인뱅의 ‘숙명 회피’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인가된 범위에서 영업하는 걸 두고 비판하긴 어렵지만, 인뱅의 집중도가 담보대출 쪽으로 기울었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는 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중저신용 시장의 파이를 열어줬는데 리스크 걱정 때문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초심에 대한 의심만 부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인뱅의 태생은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인데, 지금은 무분별하게 (주담대로) 집중·쏠림 현상이 나타나 제도에 합치되는지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적용할 중저신용 규제를 논의 중인 시점에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는 건 인뱅 입장에서 악재다. 지난 2021년 인뱅들은 3년간 달성할 중저신용 비중 목표치를 제출했는데, 내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는 다음 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와 각사 발표를 종합하면 올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각각 28.7%, 26.5%로 나타났다. 올 12월 말까지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를 채워야 한다. 토스뱅크의 경우 12월 말까지 44%를 채워야하지만 6월 말 38.5%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뱅에 적용 중인 ‘잔액 기준’ 중저신용 비중 산정은 다소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차주 신용도가 상승하거나 중도상환 수요가 일어날 경우 잔액 기준 중저신용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무턱대고 신규 취급을 늘리면 여신 관리 스텝이 꼬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올 초까지만 해도 인뱅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를 고려해 중저신용 비중 산정 기준 변경이나 완전 자율 운용 등의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최근 재부상한 인뱅의 ‘역할론’이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자칫 인뱅의 포용금융 의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보다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내년 중저신용 규제 방안은 인뱅 영업 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올해 수준이 유지되거나 더 타이트하게 조여질 경우 영업 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뱅 업계에선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한 정책 완화로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무리한 중저신용 대출 확대→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지표 악화→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뱅의 포용 범위를 더 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뱅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으로 (모든 대출 상품에)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저신용자 비중을 맞추다 보니 고신용자가 역차별 받는 사례도 생긴다”며 “앞으로도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 대출을 열심히 하겠지만 건전성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지점과 유연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