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14 08:29 ㅣ 수정 : 2023.11.14 08:56
케이·카카오·토스뱅크, 총자산 합계 93.7조원 1년 만에 13.3% 늘어··부산은행 총자산 추월 비대면 금융·금리 경쟁력 앞세워 성장세 가속 시중은행들도 경계감··디지털 채널 강화 나서 경쟁 촉진에 금융시장 ‘메기 역할’ 수행 톡톡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숙명과도 같은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편의성·접근성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고금리 장기화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자산 건전성이 위협받고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담보대출 확대에는 포용금융 외면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동안 갈망해온 규제 완화 여부도 안갯속이다. 금융 혁신은 둘째 치고 생존이 우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뉴스투데이는 인뱅이 처한 위기와 돌파구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 기사 게재 순서
[인뱅 중금리 딜레마-①] ‘비대면 금융’ 무기로 급성장···총자산 100조원 목전
[인뱅 중금리 딜레마-②] 부메랑으로 돌아온 포용금융···건전성 악화 어쩌나
[인뱅 중금리 딜레마-③] “지속가능성 높여야”···내년 규제 완화 여부 촉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인뱅 3사의 총자산 합계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0% 비대면 체제에 힘입은 인뱅들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총자산 기준으로 웬만한 지방은행을 뛰어넘으면서 시장 영향력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인뱅들이 내놓은 금융 상품과 금리 경쟁력이 효과를 보면서 기성 은행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급변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한 전략 수정을 진행 중이다. 인뱅들이 시장에서 요구한 ‘메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공시를 종합하면 이들 회사의 올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93조7067조원으로 전년동기(82조7269억원) 대비 13.3% 증가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올 연말 인뱅 3사의 총자산 합계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인뱅 3사의 총자산 합계는 지방은행 1위인 BNK부산은행(91조634억원)보다 2조6433억원 많다. 개별 은행으로 보면 카카오뱅크 총자산(50조5270억원)이 광주은행(32조523억원)과 전북은행(23조4676억원)을 넘어섰다.
이익 지표에서도 인뱅이 지방은행을 추월한 사례가 나타난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BNK경남은행(2317억원)과 광주은행(2151억원), 전북은행(1596억원)보다 앞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케이뱅크(4월)와 카카오뱅크(7월) 출범에 이어 2021년 10월 토스뱅크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인뱅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관련 법에 따르면 인뱅의 정의는 ‘은행업을 주로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은행’이다.
그동안 인뱅들이 빠르게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건 플랫폼에 기반한 비대면 금융 효과다. 그동안 금융 활동은 대부분 창구를 통한 대면 방식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비대면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인뱅을 찾는 고객 수요도 늘어났다.
인뱅 3사 중 고객 수가 가장 많은 건 카카오뱅크로 지난 9월 말 기준 2228만명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지난 8월 기준 900만명을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출범이 늦은 토스뱅크도 지난 9월 기준 누적 고객 수가 800만명을 넘어섰다.
파격적인 금융 상품과 금리 경쟁력도 인뱅들의 무기로 꼽힌다. 수신 상품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이자 지급 방식 변화로 트랜드를 주도했다. 지점 없이 운영되는 영업 특성상 절감되는 고정비를 여신 상품에 반영하면서 금리 인하 효과도 유도했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는 간단한 이체나 예·적금 가입 수요가 주를 이뤘는데, 원래 지점에 가야했던 전월세대출 같은 상품도 비대면으로 취급하면서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며 “인뱅의 성장이 한 번에 폭발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내놓은 금융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고 믿음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대형 시중은행도 인뱅의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전히 시중은행은 업력과 체급에서 인뱅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는 열세다. 최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 등에서 인뱅을 언급하며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1744만명에 달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1100만명으로 가장 많은데,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크다. MAU는 한 달 동안 한 번 이상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며 디지털 경쟁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뱅킹 고도화와 비대면 전용 상품 출시 등으로 앱 유입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에서 여·수신 상품 가입시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방식이다. 고객이 앱 안에서 더 많은 금융 활동을 펼치는 ‘락인(Lock-in)’ 효과를 유도하겠단 구상이다.
금융당국이 인뱅에 은행업 인가를 내줄 때 기대한 건 ‘메기 효과’다. 금융시장에 인뱅을 풀어 기존 시장 참여자들과의 경쟁 및 디지털 금융을 촉진하겠단 구상이다. 인뱅들의 양적 성장과 시장 판도를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임무 수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일부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인뱅은 도입 후 기술 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 등 대체로 성과가 긍정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인뱅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방향 등은 구체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②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