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8.17 07:26 ㅣ 수정 : 2023.08.17 07:26
가계대출 잔액 역대 최대 규모 기록하자 금융당국 초장기 주담대 등에 규제 검토 주담대 중심 성장세 보이던 인뱅은 난감 중저신용 축소 이슈 맞물려 당국에 눈총 공격적 영업 제동 걸리나··“영향 미미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은행권에서 잇따라 출시된 ‘50년 만기’ 상품이 주담대 증가에 기인했을 것으로 보고 나이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시장 안팎에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함께 사정권에 들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근심이 가득하다. 건전성·성장성 확보를 위한 영업 전략으로 삼은 주담대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잉 대출’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6월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담대 중심으로 이뤄졌다 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권의 최장 만기 50년 상품 출시와 주담대 증가세가 맞물렸다 판단하고 나이 제한 같은 사실상 규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담대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매달 내는 원리금(원금+이자)이 줄어들고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형태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며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주담대 영업을 조준하자 이를 먹거리로 삼던 인뱅들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인뱅들은 규모가 크고 비교적 안정적인 담보대출 확대로 건전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영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뱅 3사 중 가장 체급이 큰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올 1분기 1조4370억원에서 2분기 3조529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분기 은행권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은 7.1%로 전분기(3.7%) 대비 3.4%포인트(p) 올랐다.
인뱅들은 주담대가 가장 현실적인 외형 확장 방법이라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본업인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에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기에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커진 만큼 최근의 공격적 영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야 주담대 잔액이 워낙 크고 이미 오래 전부터 취급했던 상품이기 때문에 여신 운영 측면에선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며 “최근 인뱅이 주담대를 늘렸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힘주던 분야라 제도적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비대면 주담대에서 소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점도 부담이다. 인뱅들이 주담대를 빠르게 늘려가는 과정에서 조건에 맞지 않는 과잉 대출이 있었는지 자체 점검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실상 그동안의 인뱅 주담대 증가세와 영업 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평가다. 공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주담대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무리한 대출 실행은 없었는지 금융당국이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주담대 증가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앞으로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최근 나온 문제에 대해선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을 뿐 아니라,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로 주담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인뱅들의 담보대출은 초기라 성장률만 보면 안 되고 잔액을 봐야 하는데, 은행권에서 영향력은 미미하고 거의 대환대출로 실행돼 가계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보긴 어렵다”며 “제1금융권에 있는 은행으로서 소득 확인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100% 비대면 방식으로 오히려 (소득 확인에서) 사람의 개입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대출 뿐 아니라 주담대에서도 포용금융이 필요하다”며 “은행이 성장하지 못 하면 포용금융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