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늘렸는데 건전성 좋아졌다···카뱅의 ‘체질 개선’ 비결은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8.06 07:50 ㅣ 수정 : 2023.08.06 07:50

올 상반기 짬짝 경영실적에 시장 주목
중저신용 대출 잔액·비중 늘어났는데
연체율·부실채권 등 건전성 지표 개선
여신 다각화·CSS 고도화 긍정적 영향
수익성은 둔화돼···“혁신 성장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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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경영 실적 발표 이후 눈에 띄는 체질 개선이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늘렸는데,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추진한 담보대출 비중 확대 등이 양적·질적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줬다고 설명한다. 고금리 기조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뱅들의 벤치마킹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중저신용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신용대출 잔액에서 중저신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25.7%에서 27.7%로 2%포인트(p) 상승했다. 

 

중저신용은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가 해당된다. 인뱅은 설립 취지에 따라 신용대출의 일정 비중 이상을 중저신용에 내줘야 한다. 이들이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으로 내몰리지 않게 지원하라는 것이다. 

 

중저신용 확대는 대표적인 ‘포용 금융’ 정책이지만, 상대적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연체율 상승 등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카카오뱅크의 자산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52%로 전분기(0.58%)보다 0.06%p 낮아졌다.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43%에서 0.42%로 감소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산 건전성이 나아진 배경으로 여신 성장과 사후 관리를 꼽았다. 대출 잔액(분모)이 늘어나면서 연체·부실한 대출(분자)이 차지하는 비율도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6월 말 기준 여신 잔액은 3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 증가했다. 

 

카카오뱅크가 진행 중인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용대출에만 무게추를 두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담보대출 비중을 꾸준히 확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신용 리스크 분산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면서도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해 건전하고 우량한 차주 발굴에 힘써 건강한 성장을 이뤄냈다”면서 “연체가 발생한 채권을 상각하고, 보증부 대출의 대위 변제도 잘 진행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30%로 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지금보다 중저신용 대출을 더 늘려야 하는데, 올해 연간 대출 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했을 때 건전성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성장률은 최소 30% 중반”이라며 “주담대 대상 확대와 전세대출 한도 상향, 대환대출 플랫폼 장악력 등 여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재료는 충분하기 때문에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인뱅들이 금리 상승기 건전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 걸 고려하면 카카오뱅크의 이번 성적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증가 추이나 연체율·NPL 지표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올 하반기 카카오뱅크의 수익성 방어·제고를 과제로 지목한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2.62%에서 2.26%로 0.36%포인트(p)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말(2.83%)와 비교하면 0.57%p나 깎인 수치다. 

 

건전성 개선에 따라 대손비용 부담은 줄겠지만, 수신 잔액 증가로 인한 조달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2분기 자금 조달 비용률은 2.44%로 전분기(2.26%)보다 0.18%p 상승했다. 조달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도 같은 기간 56.8%에서 57.4%로 낮아졌다.  

 

여기에 신용대출 대비 금리가 낮은 주담대 확대로 인한 이자 이익 감소를 상쇄할 전략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 원하는 비(非)이자 이익 확대와 플랫폼 수익 제고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여신의 고른 증가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화로 고객의 편익 증진을 통한 혁신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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