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1.10 09:04 ㅣ 수정 : 2023.11.10 09:04
일본 맥주소비량 30년 전 대비 25% 수준으로 급락, 30년 후엔 다시 절반으로 위축될 전망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회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술잔을 주고받던 풍경은 한국도 일본도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특히 일본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부러 술을 멀리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며 맥주시장에 반등은커녕 현상유지조차 불가한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맥주는 오래 전부터 사회의 활기를 짐작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1950년대 이후 일본 경제와 함께 성장을 거듭한 맥주시장은 1994년에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규모가 작아졌는데 이것 역시 일본의 생산연령인구가 1995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주시장의 축소에는 맥아 함량이 적은 발포주의 등장과 술에 대한 기호가 다양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1999년 대비 전체 주류시장이 20%정도 축소된 것에 비해 맥주만 70% 이상 축소되며 유난히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영국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의 맥주 판매량은 2027년까지 매년 2%씩 감소할 전망으로 만약 2027년 이후에도 이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일본 맥주시장은 2050년대에는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질 것이고 정점을 찍었던 1994년에 비해서는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는 결론에 이른다.
때문에 일본 회사들은 어떻게든 맥주소비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톱스타들을 기용한 각종 광고와 이벤트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고 있지만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Sober Curious라는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건강 등을 생각해서 일부러 술을 멀리하는 생활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기업 BIGLOBE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24세 중 ‘평소에 술을 먹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20%가 되지 않았고 나머지 80% 이상은 ‘평소에 술을 먹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에서 34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정도지만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고 인구가 1억 명 밑으로 떨어지는 2050년대에는 맥주회사들에게 더욱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를 의식한 듯 아사히맥주의 마츠야마 카즈오(松山 一雄) 사장은 ‘2050년경에는 매출 절반이 저알콜이나 논알콜 음료가 될지도 모른다’며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3위 아사히맥주는 이미 자회사를 통해 알콜 도수 0.5%에서 2% 사이의 칵테일을 판매하는 술집을 작년 6월 시부야에 오픈하여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하였고 이를 위시한 산토리, 기린, 삿포로 등 다른 맥주 회사들 역시 저알콜 맥주와 맥주가 아닌 다른 주류개발을 서두르며 상품다각화에 몰두하고 있어 앞으로도 맥주회사들의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