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반토막' 난 에코프로그룹…증권가 "여전히 거품"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개미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에코프로그룹 상장주들의 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최고가 대비 반토막 난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로 형성된 기대감도 차갑게 식은 가운데, 증권가에선 상당 기간 조정을 받아 온 에코프로의 주가에 여전히 거품이 껴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달 새롭게 상장을 준비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잡음이 지속되면서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 에코프로 3형제, 나란히 고점比 절반…실적 부진까지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닥시장의 에코프로(086520)는 전 거래일보다 12만2000원(14.20%) 급락한 73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에코프로비엠(247540)은 2만9000원(10.19%) 내린 25만5500원에,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은 4900원(6.92%) 떨어진 6만5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전일 종가 기준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각각 52.11%와 56.25%, 48.11% 떨어진 수준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연초 국내 증시에 분 이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종목들이었다.
지난해 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각각 10만3000원과 9만2100원이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7월 26일에는 각각 연중 신고가 153만9000원과 58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394.17%와 534.09% 오른 수준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에코프로 형제주들의 강세에 힘입어 지난 8월 8일 신고가 12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4만5350원) 대비 180.04%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세 종목은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고금리 환경과 증시 위축,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공매도 수량 증가 등 여러 악재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인 우하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지난 6일에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시행 이후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매수) 수요와 공매도 해소 등의 기대감에 힘입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두 종목이 나란히 상한가에 장을 마치기도 했으나, 상승 추세를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 7일 장 마감 후에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올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주가 하락 압력을 더했다.
에코프로는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38억원과 65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9.3% 줄었다.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기간 1조8033억원의 매출과 4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7.5% 감소했다.
양극재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광물 가격 하락과 전방사업 수요 악화가 겹치며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증권가, 일제히 에코프로그룹주 눈높이 낮춰…골드만삭스도 “팔아라”
에코프로그룹 상장주들은 이처럼 지속적인 조정을 받아왔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전일 에코프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24.3% 내려 잡았다. 투자의견은 증권가에서 보기 드문 ‘매도’를 유지했다.
하나증권은 자회사들의 가치를 합산한 지주사 에코프로의 적정가치가 현재 가치로 환산 시 약 10조9000억원 수준이라면서, 현재 시가총액과의 격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공백 상태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같은 밸류에이션 변수의 공백은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일으킨다”며 “‘시장 변동성은 벌금이 아니라 입장료’라는 격언이 있지만, 이는 주가가 본질 가치로 상승 수렴하는 과정에서 유효한 정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본질 가치를 초과한 ‘버블’의 영역에서 변동성 전투 참전은 결국 벌금으로 돌아올 뿐”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른 현재가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는 단기적으로 인기투표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울과 같다”며 “인기투표는 소셜 미디어나 지수 편입처럼 수급의 쏠림을 만들어 내재가치와 무관한 이슈로 주인공을 만들어 내지만, 저울의 눈금은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가리킨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열기가 가라앉은 뒤 저울이 가리킬 지점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가져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언젠가 도래할 시장의 외면 속에서도 다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목표주가도 44만6000원에서 33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이외에 △KB증권(50만 → 35만원) △NH투자증권(41만 → 35만원) △키움증권(44만5000 → 34만원) △메리츠증권(36만 → 29만원) △다올투자증권(31만 → 25만원) 등의 증권사가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해외에선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싱가포르지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에코프로비엠 보고서를 내고 매도의견을 유지하면서 12개월 목표주가로 12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출하량이 증가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으며, 올해 4분기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삐걱’…기관 경쟁률 ‘올해 최저’
에코프로그룹의 모멘텀(상승 여력) 중 하나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도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일 장 마감 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밴드(3만6200~4만4000원) 최하단인 3만6200원에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공모금액과 상장 후 시가총액은 각각 4192억원과 2조5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수요예측은 국내외 1141개 기관이 참여해 총 1억925만8000주를 신청했다. 기관 경쟁률은 17.2대 1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기관 수요예측이 저조한 만큼,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 최하단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이차전지 종목들이 조정을 받아온 데다가, 공모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지속돼서다.
특히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최근 주가가 급등한 양극재 기업 포스코퓨처엠(003670)과 엘앤에프(066970), 코스모신소재(005070)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실제로 이번 수요예측 결과 참여 건수 기준으로 희망 공모가 최하단 3만6200원을 초과해 작성한 비율은 전체의 9.1%에 불과했다. 정확히 하단인 3만6200원을 제시한 건수도 11.4%였으며, 76.3%는 3만6200원 미만을 적어낸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참여 건수는 3.2%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더블유씨피(393890)가 공모가를 밴드 하단 미만으로 확정했던 것에 이어 이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일단은 공모가를 최하단으로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지나친 중복 상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같은 사업부에서 수행해도 매출이 일어나는 부문을 따로 쪼개서 조 단위로 상장하는 것이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며 “최종 공모가도 높게 매겨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에코프로그룹의 주가가 실질적인 가치에 따라가는 상황은 아닌 만큼 추후 주가 향방은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