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이자 깎아주는 은행들···‘비이자 수익’ 확대 필요성 커져
은행권, 이자 장사 비판 커지자 상생금융 확대
금리 인하·이자 캐시백 등 이자수익 감소 요인
영업이익 중 91% 이자에서···비이자 부문 부진
비이자 확대 필요성 크지만 뚜렷한 방안 없어
정서상 수수료 인상 어렵고 각종 규제도 영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른바 ‘돈 잔치’ 비판에 휩싸인 은행들이 잇따라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일정 규모의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유도하겠단 계획인데, 금리 인하·감면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이자 장사 꼬리표를 떼고 실적 하락도 막기 위해선 비(非)이자 수익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앞두고 각 금융지주·은행들은 구체적인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일까지 하나·신한은행이 관련 내용을 발표했고, KB국민·우리·NH농협은행도 조만간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나온 상생금융 내용을 종합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하겠단 구상이다. 은행들은 기존 진행해왔던 상생금융의 기간·범위 확대는 물론 신규 지원 방안도 추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이자 캐시백’을 실시한다. 총 1000억원 규모로 구성된 상생금융 프로그램 중 665억원이 배정됐다. 신한은행도 중소법인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 금리 인하와 연체 이자 감면 등에 61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소상공인과 청년에 440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바우처 제공 등을 진행한다.
은행들의 상생금융이 이자(금리) 지원에 집중된 건 돈 잔치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5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고금리 국면과 대출 성장이 맞물리면서 이자 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으로 은행을 직격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금융사 이익 원천이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고 지적했다.
상생금융 정책이 본격 가동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반대로 은행들은 입장에선 금리 인하·감면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역대급 실적을 지탱하던 수익성 지표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자 캐시백은 사실상 이자를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이자 수익 예측치가 수정될 수 있다”며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수익이 줄면 이익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자 부문에 기울어진 은행들의 영업 구조를 비이자 부문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봤을 때 이자 수익 증대가 녹록치 않은 만큼, 비이자 수익 확대로 수익성 하락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총 영업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약 91.6%다. 나머지를 수수료 등에서 나온 비이자 이익으로 채우는 구조다. 대내외 요인으로 이자 부문이 부진을 겪어도 비이자 부문으로 상쇄하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은행권도 비이자 수익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실행에 나섰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와 창출 분야 제한, 비금융 규제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개인 계좌를 관리하는 데도 수수료를 받고 현금자동인출기(ATM) 수수료도 많이 매기는데, 한국은 받고 있던 수수료도 면제해주는 추세”라며 “기대했던 투자일임업 허용은 보류됐고, 비금융 분야도 진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당장 수익에 큰 영향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서 “수수료 수익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보다는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고,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