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 ‘독과점’ 문제 도마 위···대항마는 어디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03 07:21 ㅣ 수정 : 2023.11.03 07:21

금융당국, 7월 ‘은행 경쟁 체제 도입’ 방안 발표
5대銀, 은행권 순익 과반 차지···대출·예금은 70%
尹 “은행들 독과점이라 갑질..경쟁 되게 만들어야”
지방은행·인뱅 투입해 시중은행과 경쟁 유도 구상
체급 차이·영업 경쟁력·각종 규제 등 걸림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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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에 올라탄 은행들의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시중은행으로 기울어진 ‘독과점’ 문제가 재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체급 확대로 경쟁을 촉진시켜 과점 체제 해소에 나서겠단 구상지만 진전이 더디다. 은행권의 해묵은 난제인 독과점 해결을 위해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 발표에서 은행업에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등을 추진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뛰면서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4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9% 늘었다. 상반기에 은행들이 거둔 이자 이익만 29조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이른바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2137억원으로 국내 은행 전체의 과반을 차지한다. 이들 은행은 전(全)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가졌다. 사실상 5대 시중은행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선택권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일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형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 독과점 해소의 필요성과 명분은 충분하지만, 금융당국이 발표한 관련 대책은 표류 중이다. 5대 시중은행과 경쟁시킬 ‘신규 플레이어’들이 각종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장에 투입되기도 전에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전환 후보인 DGB대구은행의 경우 영업지점에서 발생한 ‘불법 증권계좌 개설’ 사태로 뒤숭숭하다. 당초 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를 낼 예정이었고, 금융당국도 신속 검토를 예고했지만 이번 금융사고 여파로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대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는 시중은행 전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대구은행 내부통제 체계가 지방은행 자격을 넘어 시중은행으로서 책임을 질 정도까지 되는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이 난관을 넘고 시중은행으로 바뀐다 해도 5대 시중은행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안팎에선 6대 시중은행이 아닌 ‘5+1’ 체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역 밀착 금융을 해오던 대구은행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영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도 유망한 시중은행 대항마로 지목돼 왔지만, 체급 차이와 성장 속도를 봤을 때 큰 위협을 주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의무와 자산 건전성 우려 등으로 공격적인 외형 확대가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권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거미줄 규제를 완화해 성장 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내년 중금리 대출 비중 규제 등을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 검토 중인데, 설립 취지 훼손이나 담보대출 쏠림 현상 등의 우려는 잔존해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덩치가 가장 큰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주주(카카오) 리스크에 휩싸여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내 압도적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 비대면 금융에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내년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노선을 정하면서 시중은행 경쟁자로 떠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출현한 은행이 인지도를 쌓는 데 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진행한 은행 통·폐합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과점 체제를 개선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선수’ 투입으로 변화를 유도할 경우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섣부른 경쟁 구도 형성보다는 열위에 있는 은행의 성장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어진 시장 지형을 바꾸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안 타나날 리 없다. 이 영향으로 누군가 도태되기라도 한다면 과점 심화라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단순히 대형 은행의 파이(점유율)를 다른 은행에 나눠 준다는 접근보다는, 균형 있는 성장을 유도하는 윈-윈(Win-Win)이 금융 선진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자산이나 여·수신이 시중은행의 10분의 1 규모밖에 안 되는데, 명확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경쟁을 부추기면 험지로 밀어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며 “은행은 예대마진이 기본 구조인데, 예를 들어 정부에서 은행의 영업 범위를 산업별·업종별로 명확히 명시해 상호 간 과당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은행 개인적으로 성장하기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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