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모두 못 피한 ‘NIM 하락’···실적 잔치는 끝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 3분기 경영 실적 발표를 마친 4대 금융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수익성 둔화다. 시장금리 상승에 대출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은행들이 자금을 가져다 쓸 때 내는 비용(금리)도 덩달아 뛴 영향이다. 실적 방어를 위해선 은행 의존도를 줄이고 비(非)은행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합계는 4조4218억원으로 전분기(4조6672억원) 대비 5.2% 감소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 보면 4대 금융의 순이익 합계는 13조6046억원으로 전년동기(13조8649억원)보다 1.9% 줄었다.
일단 4대 금융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컨세서스(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는 평가다. 대출 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 이익 증대가 유효했고, 올 상반기 선제적으로 쌓은 대손충당금 영향에 3분기 대손비용 부담도 덜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4대 금융 모두 수익성이 둔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한 게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NIM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KB금융의 3분기 NIM은 2.09%로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p) 하락했다. 신한금융 역시 같은 기간 NIM이 0.01%p 하락한 1.99%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3분기 NIM은 각각 1.79%, 1.81%로 집계됐다. 역시 전분기 대비 각각 0.05%p, 0.04%p 하락한 수치다.
시장에선 4대 금융의 NIM 둔화가 조달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보통 은행은 예·적금과 은행채(금융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내준 뒤 수익을 얻는데, 수신금리가 뛰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이자 이익 증대 효과를 나타냈지만, 예전보다 ‘마진’을 내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사들 입장에선 고금리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셈이다.
증권가 등에선 최근 본격화한 금융그룹의 NIM 둔화가 빠르면 올 4분기 진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는 최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지속성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전망이 쉽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 4분기 말이나 내년 1분기 초에는 일시적이나마 NIM이 소폭 상승하는 국면도 예상된다”면서도 “추세적으로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한 이자 이익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리 수준에 따라 수익성 지표와 이익 규모가 요동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업 구조 재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과도하게 은행에 기울어진 이익 의존도를 비은행으로 분산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우리금융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4383억원인데, 우리은행에서 2조2898억원(93.9%)을 책임졌다. 은행 이익 규모에 따라 그룹 전체의 성적표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금융그룹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증권·보험·카드 등의 비은행 계열사 키우기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금리가 3분기 중 많이 올랐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다. 대출금리를 올린 효과는 4분기 중 나타날 것”이라며 “이자 이익을 시작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워 비은행이나 비이자로 실적을 지탱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