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30914500195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사위서 제동…보험업계 숙원사업 이뤄질까

글자확대 글자축소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9.17 07:58 ㅣ 수정 : 2023.09.17 07:58

13일 국회 법사위서 '계속 심사' 결정…통과 불발
의료계‧환자단체 "보험사 이익 대변하는 법안" 반대
소비자단체 "청구 절차 불편함 없어야" 통과 촉구
보험업계 "법안 통과 시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될 것"

image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초 통과가 유력하게 전망됐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17일 보험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는 이달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해 계속심사를 결정했다. 이 법안은 올해 6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서류 전송을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이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정보전송 주체로 선정해 병원이 심평원으로 서류를 전송하면 심평원이 보험사로 전달하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중계기관이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를 집적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실손보험 청구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됐다. 현행 제도상 실손보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설계사에게 직접 제출하거나 팩스를 통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 추정액은 각각 2559억원과 2512억원이다. 이는 보장 대상 본인부담 의료비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점유율과 실손보험 보장비율, 공제금액 미만 차감 후 비중 등을 곱한 다음 실제 지급된 보험금을 빼 계산한 수치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실적 자료에 따르면 보험금은 2021년 12조4600억원, 지난해에는 12조8900억원이 지급됐다. 윤 의원실은 과거 지급된 보험금을 기초로 추정하면 올해 지급되는 보험금은 13조3500억원, 미지급 보험금은 3211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보험 가입자들의 권리인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상황이어서 법사위 통과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4개 단체는 이달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 촉구 공동집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오직 보험회사만을 배불리기 위한 악법"이라며 "정보 전송의 주체인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전송 방법을 외면하고 오직 보험회사의 편의성만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심평원이 아닌 민간 핀테크업체를 중계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의료민영화저지운동본부 등은 이달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며 "법안이 개정되면 환자의 정보가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 보험사가 환자를 선별하고 고액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소비자단체연합(한소연)은 전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길호 한소연 부회장은 "소비자가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완납한 후 보험사에 별도로 직접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이나 일반보험과의 상식적 보험청구방식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최소한의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만이라도 소비자의 불편함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구 간소화로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 보험사로서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진료의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급여 과다 청구가 감소해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비급여 진료의 적정 진료비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 유출을 우려를 이유로 민간 업체를 중계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보유출 위험은 심평원이든 민간 업체든 다르지 않고, 법안은 중계기관이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를 불법적으로 집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이달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윤 의원은 한소연 기자회견에서 "어제(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계류됐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달 18일 예정된 법사위 천제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