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공회전 이어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올해는 해결될까
정무위 법안소위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 상정 불발
보험가입자‧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도입 필요성 공감
보험업계-의료계 심평원 중계기관 지정 두고 이견
정무위 관계자 "다음달 법안소위에는 상정 노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보험가입자의 불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6일 열린 올해 첫 정무위 법안심사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보험업계와 보험가입자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으나 10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가입자가 병원 진료비나 약제비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가 작은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가 번거로운 청구 절차나 수령 가능한 보험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실손보험금 지급가능금액과 실제 지급보험금의 차이는 최근 3년간 총 741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0년 2280억원 △2021년 2270억원 △2022년 2860억원(추정치) 규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이 같은 소비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꾸준히 발의돼 왔으며, 21대 국회에서도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6건 발의됐다. 하지만 올해 첫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면서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와 정치권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실손보험 청구 중계기관으로 지정해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개인의 의료 선택권 제한, 재산권 침해 등 이유를 들며 반대해 왔다.
의료계는 지난해 11월 중계기관을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주도로 하는 조건을 내걸며 실손청구 간소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는데 비급여 항목을 이유로 반대한다고 보고 있다. 비급여 항목 진료 정보가 심평원으로 집합되면 정부가 이를 근거로 비급여 항목 관련 비용을 통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금의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한다"면서 "의료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에 대한 제재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간 실손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지만 의료계와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현 정부에서도 관련 TF를 꾸리는 등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소위에는 상정되지 않았으나 국회에서도 보험업계와 보험가입자의 요구가 큰 만큼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달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는 더 많은 법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손청구 간소화를 원하는 보험가입자가 많은 만큼 관련 법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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