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9.16 07:43 ㅣ 수정 : 2023.09.16 07:43
신한·KB·NH證 '원팀' 구상중…"확정된건 없어" 금융투자업계, STO 연합 '춘추전국시대' 양상 사업 초기 자리잡기 경쟁…"향후 협력 더 많아져" 법률상 '증권성' 논란은 여전…업계·당국 시각차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토큰증권발행(STO)의 제도화를 앞두고 각 기업들마다 동맹을 맺는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와 핀테크,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뛰어들어 '팀'을 만들면서 저마다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STO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성 판단 부분이 애매하게 적용될 경우 기껏 준비한 사업들이 허사가 될 수 있어서다.
■ 신한·KB·NH證 '원팀' 구상…STO 협력 '춘추전국시대' 양상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세 곳이 이달 중 토큰증권 컨소시엄 발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3사는 현재 컨소시엄 구성과 운영 방안 등을 정하고 있는 가운데, 합작법인이나 다자 간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해당 3사가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 등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 내 대형사들이 STO 사업을 위해 손을 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손잡고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구성해 핀테크에 강점을 둔 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등과 협력해 '넥스트파이낸스 이니셔티브' 체계를 갖췄다.
NH투자증권은 이번 3사 컨소시엄 구상 전에 'STO 비전그룹'을 구성하고 같은 계열사인 NH농협은행와 케이뱅크 등 은행과 펀블 등 기존 조각투자 사업자,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를 파트너로 포섭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30일 우리은행이 삼성증권, SK증권과 '토큰증권 제도화 대응 및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3사는 상호협력 협의체인 '파이낸스 3.0 파트너스'(F3P) 구성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세종텔레콤과 효성티앤에스가 부동산 STO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STO 전문기업을 표방한 크로스체크와 한미회계법인이 투자자문 및 가치평가 자문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핀테크 전문 기업인 에이트원도 부동산 개발사인 피데스개발과 부동산 분야 사업 STO 관련 MOU를 체결하는 등 각종 크고 작은 연합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기 전후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지속적으로 시장 참여를 위한 채비를 갖춰왔는데, 그 일환으로 이 같은 협력 관계가 계속 맺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협력 구축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TO 사업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추후 시장 활성화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시행 이전에 논의해야 할 사안과 변수가 많아 우선은 영향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초기에 자리를 잡아둬야 사업에 대한 성장성이 꺾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며 "'승자독식' 논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기 편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증권성 논란에 채비 '물거품' 될라…개선 요구하는 업계
하지만 본격적인 입법을 앞두고 애매하게 작용할 수 있는 증권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개최한 '준비된 도전: 핀테크 혁신 더하기 토큰증권 플러스' 정책 세미나에서도 증권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승행 투게더아트 부대표는 "투자계약조건은 적용범위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으며, 규제 초기 적용 사례가 많지 않아 투자자 보호조치 등에서 해석상의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토큰증권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투자계약증권(직접 발행)과 신탁회사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신탁수익증권(혁신금융서비스)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투자계약증권에는 한우와 미술품 등의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해당되며, 음악저작권에 투자하는 뮤직카우의 상품 같은 경우는 신탁수익증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현재 법률상으로는 이 같은 조각투자 상품들이 증권성을 보이는지 판단하는데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금융당국이 특정 사업에 대한 증권성을 판단할 때 그 결과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세미나에 참여한 황태영 삼정KPMG 디지털컨설팅 파트너도 "특정 조각투자 상품을 증권형태로 발행할 수 없다는 것을 발행자가 증명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이에 규제 샌드박스를 받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 파트너는 "기존 대형기관에 맞춰 설계된 규제를 스타트업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당국은 STO 사업에서의 핀테크 혁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세미나에서 현지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사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혁신성에 대해 배려를 원하는 곳들이 많다"며 "해당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앞서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빠르게 성장하다 몇 번의 큰 투자자 보호 실패 사례가 발생하고 그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현 사무관은 "투자자 보호 문제가 있다면 건강하고 지속적인 시장이 될 수 없어 투자자 보호가 제도 설계의 제 1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규제 특례나 완화 요구에 기반한 서비스 변경에 대해 혁신성과 규제 차익에 기반한 수익인지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더 구체화돼야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규정이 더 세부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사업 준비의 효율화를 위해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