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9.08 05:00 ㅣ 수정 : 2023.09.08 05:00
EU, 2025년부터 회원국 이용 모든 항공기에 SAF 2% 이상 사용 의무화 추진 대한항공, 2022년 2월 파리~인천 정기편 노선에 SAF 최초로 도입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GS칼텍스와 SAF 실증 운항기념식 개최 실증 운항으로 SAF 상용화 급물살 탈 듯...국내 공급 인프라 미비·규제완화 해결과제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항공유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 항공연료)’ 사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이제 SAF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주제가 됐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회원국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 사용 비율을 2%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SAS 비율을 해마다 높여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토대로 SAF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정유사에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글로벌 흐름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SAF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항공사 '맏형' 대한항공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2년 2월 국내 최초로 파리~인천구간 정기편 노선에 SAF를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같은 해 9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오는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에서 SAF를 우선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올해 9월부터 항공화물 고객사들과 함께 ‘고객 참여형 SAF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최근에는 국내 정유업체 GS칼텍스로부터 SAF를 제공받아 실증 운항에 나선다고 알려 업계 이목을 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GS칼텍스와 함께 SAF 실증 운항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조성배 대한항공 자재 및 환경시설부문 총괄 전무를 비롯해 김창수 GS칼텍스 M&M 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인천공항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공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SAF실증 운항은 지난 6월 28일 열린 민·관 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제3차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된 SAF 실증계획에 따른 후속조치의 하나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가 국내 최초로 SAF 생산 기업 네스테(NESTE)로부터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등 국제 품질 기준을 충족한 SAF를 공급받아 급유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인천발(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행 화물기에 11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SAF 실증 운항을 실시하며 이를 토대로 안전성 및 에너지 소비효율 등 성능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재 파리→인천 노선에 국한해 SAF를 도입하고 있다. (2022년부터 프랑스 항공유 SAF 1% 혼합의무 시행에 따라) 현재로서는 최소 기준치 1%에 맞춰 혼합 중”이라며 “이번 시범 운영 중인 인천→LA 노선은 2% 혼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실증운항 결과를 토대로 SAF 품질 등 관련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이번 시범운항은 우리나라 SAF 상용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신성장 사업을 위한 도약이 될 것”이라며 “탄소감축을 위한 세계적 추세에 걸맞게 우리나라도 SAF 생산 및 사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지원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시범운항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는 내년 상반기까지 품질기준 마련 등에 활용하는 등 향후 관련 법과 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정부는 우리 업계가 SAF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실증 운항이 SAF 상용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구체적인 SAS 상용화 시점에 대한 질의에 말을 아꼈다.
실제 항공업계는 SAF 도입에 공감하지만 본격적인 도입 시기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는 SAF 공급 인프라와 관련 규제 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SAF에 대해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 가량 비싼 가격 탓에 수익성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SAF에 대한 국제적 분위기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S-Oil·GS칼텍스 등 대표 4개 정유사가 주축이 돼 관련 공급망 구축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의 2022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570억3700만달러(약 74조원)로 이 가운데 약 18%가 항공유다. 즉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아 항공업계의 SAF 수요 확대는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은 2022년 기준 31억2430만달러에서 2027년 215억6520만달러로 5년간 7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SAF 시장이 현재 규모가 크지 않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져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실증운항에 함께 하는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SAF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 ‘ISCC EU’을 획득했다.
2021년 대한항공과 ‘SAF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은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충남 서산 대산공장 부지에 연산 13만톤(t)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24년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바꾸고 SAF를 생산한다.
이에 질세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SAF 생산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도 지난해 미국 SAF 전문기업 인피니움에 투자한 바 있다.
에쓰오일(S-OIL)은 2021년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을 함께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구축·생산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항공사들이 SAF 상용화 시점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에서 SAF 공급망이 안정화되려면 정부 보조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해외에서도 안정적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상용화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사도 결국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SAF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 연료비가 증가해 결국 승객 운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부담을 줄이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SAF 관련 논의가 지속되곤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