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이어 삼성생명‧화재도 '50년 주담대' 판매중단…금융당국 의식했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보험업계에서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보험사들도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달 4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취급을 중단했다. 이 상품은 지난달 7일 출시됐는데,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판매를 멈췄다. 사실상 보험업계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한화생명도 이달 1일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사 가운데 올해 1월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놓으면서 보험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판매에 나선 바 있다.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 보험계열사들도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면서 업계에서는 당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인터넷은행의 공격적 주택담보대출 영업 등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담대는 만기가 길수록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고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형태가 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만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유지하면서 DSR 산정 시 만기를 40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금주 중 50년 만기 주담대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면서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나서고 있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면서 "한화생명이나 삼성 계열 보험사들도 당국의 기조를 살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현 정부가 청년층의 내집 마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만든 상품"이라며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해 판매량도 많지 않았는데, 타 업권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과 묶여 지적된 모양새"라고 했다.
다만 상품 판매량 자체가 적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취급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매량 자체가 몇 건 되지 않고, 애초에 주담대 시장에서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굳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의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당국의 지침이 나오면 그에 맞춰 판매 재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50년 주담대는 연령제한이 있어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면서 "당국의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맞춰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