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포스트 윤종규’ 누구일까…예고된 ‘내부경쟁’ 주목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났다. 내부출신 2인과 외부출신 1인 등 총 3명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윤종규 회장 직전까지 외부출신이 대세를 이뤘던 역사를 반복할지, 윤 회장에 이어 내부 인사가 다시 수장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지주 차기 회장 후보는 내부 인사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과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외부인사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지냈던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3인으로 압축됐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다음 달 8일 압축된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2차)를 실시하고 이 중 1명을 최종 후보자로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회추위는 이달 8일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으로 양종희·이동철·허인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금융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 2명의 외부 후보 등 총 6명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 외부 후보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명단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고위관료 출신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 베일 벗은 외부 후보, KB 외인 역사 반복?
그러나 예상을 깨고 외부 후보는 금융사 출신인 김 회장이 낙점됐다.
김 회장은 1961년생으로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1987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하며 국내 금융권에 입성했다.
이후 1991년 하나은행 뉴욕지점장과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지주 재무담당 부사장, 총괄부행장을 거쳐 하나은행장과 지주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에는 국제금융공사 한국사무소 고문, SK 사외이사 등 국내 금융권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현재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통합 하나은행 탄생에 기여하는 등 하나금융 핵심 인사로 인식돼왔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국제적 감각은 물론 금융사 경영 전략과 재무 분야의 능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이력에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윤종규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도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회추위로부터 후보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질 만큼 국내 주요 금융그룹 CEO 교체 때마다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직전까지 대부분 외부출신이 회장을 맡아온 선례가 있다.
초대 회장이었던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출신으로 삼성증권 대표를 지내다 회장직에 올랐다.
2010년부터 3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어윤대 전 회장도 고려대 교수로 재직 후 총장까지 역임하다 곧바로 KB금융 회장을 맡았다. 어 전 회장 선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문이자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정권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3년부터 1년간 KB금융을 이끈 임영록 전 회장 또한 재정경제부 2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30여 년간 관료로 지내오다 KB금융지주 사장으로 합류, 3년간 임기를 마친 후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관료 출신 배경에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윤 회장의 경우 외환은행 출신이지만 통합 국민은행 출범 당시부터 KB금융 이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내부 인사로 분류, 내부승계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나금융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줄줄이 용퇴를 선언, 새로운 인물로 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 관료 출신 인사들이 등장하면서 관치 논란이 일었다.
앞서 선임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과거 국무조정실장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위원장을 지낸 기재부 관료 출신이다.
이에 KB금융도 이 같은 외풍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관치 논란에 대한 부담과 윤 회장이 9년간 장기간 역임하면서 내부 인사에 대한 조직 신뢰가 강화되면서 외부선임 가능성은 작게 점쳐져 왔다.
특히 외부인사가 관료 출신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내부출신 회장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 CEO 교체 사례를 보면 관료 출신 인사가 아닌 경우 신한금융이나 BNK금융 등 내부출신 인사가 자리를 승계했다”며 “KB금융의 역대 회장 선임 사례를 고려할 때 외부인사가 낙점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포스트 윤종규’ 양종희·허인 부회장 격돌
특히 KB금융이 내부 후보자군 육성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2020년 부회장직을 신설하며 ‘포스트 윤종규’ 체제를 준비해 왔다는 점도 내부 인사 발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압축된 후보 중 내부 인사 2인, 허 부회장과 양 부회장 모두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로 일찌감치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또 KB금융의 은행과 비은행 부문를 각각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양 부회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며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20년 당시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오른 뒤 3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개인고객, 자산관리(WM)·연금, 중소상공인(SME) 부문장을 맡으며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다만 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경력이 길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양 부회장은 과거 국민은행 서초지점장과 재무보고통제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반면 허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윤 회장이 물러난 국민은행장 자리를 이어받아 4년간 은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양 부회장보다 늦은 지난해 초 부회장 자리에 올라 글로벌·보험부문장을 맡고 있다.
장기신용은행 출신인 허 부회장은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 출신이 아님에도 은행장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다. 은행장 재임 당시 디지털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알뜰폰 사업을 주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리딩뱅크 탈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력은 금융그룹 노사 관계 개선 등 내부 조직 화합 측면에서 이점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허 부회장은 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통령과의 인연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칫 허 부회장의 그동안 이력과 경영능력을 가리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최종 후보 확정을 위해 이들 3인 후보를 대상으로 인터뷰 등을 통해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등 회장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회추위 김경호 위원장은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