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지난해 증시 침체와 함께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가 겹치며서 그 여파가 올 상반기까지 몰리며 증권사들의 임직원 수가 감소로 이어졌다.
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지점 수도 대폭 축소된 것도 임직원 수 감소를 부추겼다.
■ 증권사, 레고랜드발 PF 사태 여파…상반기까지 ‘인원 감축’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4곳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3만4939명으로 지난해 말 3만5613명 대비 674명(1.9%)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임직원수 감소는 지난해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고, 실적 악화를 우려한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받으면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를 겪자, 대형사부터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선제적 인력감축에 나섰다. 다만 상반기 중 PF발 인력감축은 멎고 필요에 따라 유동성 있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24곳 증권사 가운데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다올투자증권(030210)이었다. 지난해 11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다올투자증권은 올 2분기 말 기준 임직원 수 356명으로 전년 말 511명 대비 155명(30.3%)을 감축했다.
당시 다올투자증권은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리스크가 터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하고 직원들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006800)도 올 1월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말 3706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2분기 3602명으로 104명(2.8%) 줄었다.
NH투자증권(005940)과 신한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도 임직원수가 5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말 3077명으로 59명(1.9%) 줄었고, 신한투자증권도 51명(1.9%) 감소했다. SK증권도 916명으로 50명(5.2%) 축소됐다.
반면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001500), 삼성증권(016360), 유진투자증권(001200) 4곳은 임직원수가 늘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경우 2분기 말 기준 1601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62명(4%)이 증가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올 들어 다올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사업을 종료하면서 부동산 PF 인력 25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IB 사업 3본부'를 신설했다. 이후에도 15명을 추가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측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강력한 비즈니스 라인을 덧붙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최고 인재들을 더 공격적으로 영입해서 소싱 분야를 다각화하고 딜소싱 역량을 강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흐름이 개선되더라도 이전 수준의 인력 충원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황이 좋아지면 인력을 소폭 늘릴 수 있지만 그 이전 수준의 인력이 충원될 소지는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부동산 PF 부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무보증에 대한 충당부채 적립률은 아직 낮은데, 이는 손실이 확정되기 전엔 충당금을 전입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보증의 특성에 기인하지만 그만큼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비대면 활성화, 증권사 점포수 감소 추세…상반기만 800개 이하로
증권사들은 MTS를 중심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지점 감소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20여개 지점이 폐쇄되거나 통합되는 등 증권사들 전국 지점수가 800여개 이하로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앞으로도 사용 빈도가 낮은 오프라인 지점을 통합해 대형화하면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수는 788개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798개)보다는 10개 지점이 줄었고, 전년 동기(835개)와 비교해서는 47개 지점이 줄어들면서 약 5.6%가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년 새 지점 감소량이 가장 큰 곳으로 꼽혔다. 전년 동기 43개의 지점을 보유했으나, 올해 14곳을 줄이며 29개 지점이 남았다. 감소폭은 32.6%에 달했다.
신한투자증권은 80곳 가운데 6곳이 줄어 74곳이다. 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교보증권도 각각 4곳이 감소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3곳이, KB증권은 2곳이 줄어들었다.
증권사 지점 축소는 비대면 투자 수요가 두드러지고 디지털 전환 등 업황이 크게 달라진 점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비대면 거래 고객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점 통폐합을 통해 자산관리(WM) 등 특정 부문에 집중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다.
■ 증권사, 디지털 전환에 속도… IT 인력 충원·양성에 '적극적'
증권사들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화에 발맞춰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증권사들이 비대면 거래 확대와 디지털 금융을 앞세우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론 IT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증권사 전산장애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게다가 300조원 규모의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선점을 위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증권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정보기술(IT) 인력 채용에 힘쓰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IT 인력 확보를 위해 기존의 신규·경력직 채용에 그치지 않고, 아카데미·공모전 등을 통해 직접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증권산업을 두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 핵심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올 상반기에만 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신입공채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전체의 상반기 정규직 사원 채용 규모는 950여명에 달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IT 인재 모시기는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 내 MTS 서비스 확대 등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IT 인력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