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 전경련 재가입 여부 18일 이후로 늦춰져...‘4대 그룹 복귀’ 여전히 미궁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8.17 05:00 ㅣ 수정 : 2023.08.17 05:00
삼성 준법위, 전경련 복귀 결론 못내…18일 오전 7시 추가 논의 '정경유착 우려·전경련 쇄신 필요' 등 준법위 위원들 의견일치 안돼 4대 그룹 전경련 복귀, 삼성 결론 나야 이뤄질 듯 전경련, 경제인 순수모임으로 탈바꿈해 '한국경제 구심점' 요구하는 목소리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정경유착 카르텔’ 논란에 나락으로 떨어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회복의 방아쇠를 당겼다. 전경련이 정상화까지 풀어가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지만 최대 당면 과제 중 하나는 ‘4대 그룹 재가입’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잇따라 탈퇴했다. 주요 그룹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경련은 국내 재계 대표 단체의 영향력을 잃은 것은 물론 회비 수입 급감으로 재정위기로 치달았다.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 전경련은 그동안 4대 그룹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계속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경유착'이라는 주홍글씨 탓에 4대 그룹은 재가입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재계 맏형' 삼성이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4대 그룹 복귀 초읽기’ 기류가 감지됐다. 다만 삼성 복귀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여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위는 이날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했다.
이날 임시회의에는 삼성 5개 계열사가 전경련에 합류했을 때 예상되는 법적 리스크, 특히 정경유착 논란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기금 출연 방향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삼성 준법위는 이날 임시회의에서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논의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이 위원회를 구성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다시 회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 준법위는 오는 18일 오전 7시 회의를 다시 열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가 잠시 미뤄지면서 4대 그룹의 전경련 합류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아 온 전경련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쇄신’과 ‘혁신’을 앞세운 변화를 약속하며 재기에 힘써왔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회복은 쉽지 않았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도 있지만 4대 그룹 없는 전경련으로는 진전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삼성의 복귀는 전경련의 과거 위상 회복의 분수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의 전경련 복귀가 결정되면 SK와 현대차, LG 등도 재가입을 고려 안할 수 없느냐고 보는 듯하다”며 “그동안 4대 그룹 공백을 크게 느껴온 전경련으로서는 삼성이 복귀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의 재가입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이 전경련 명칭 변경과 차기 회장 추대 등 새로운 출발과 맞물려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경련은 앞서 지난 5월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하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변경하는 등 혁신안을 발표했으며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한다.
또 이날 류진 풍산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류 회장이 새롭게 태어날 한경협을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키우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 줄 적임자라는 게 전경련측 설명이다.
일각에는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아무런 쇄신 없는 전경련에 재가입하면 정경유착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재가입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며 “만일 4대 그룹이 다시 전경련에 가입하면 국민들은 대기업이 뭉쳐 과거와 같이 제2의 국정농단 사태이자 정경유착 카르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전경련이 정경유착에 대해 정말 반성하고 쇄신을 하려면 이번처럼 구시대적 세불리기용 꼼수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기업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과 혁신기반 마련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경련이 한국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인의 순수한 모임으로 나야가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경제인들이 정치와 엮여 곤혹스러운 일을 겪어 왔는데 이제는 기업인 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의 관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경련은 경제인 모임이기 때문에 4대 그룹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 순수한 경제인 모임으로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