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3사, 중금리 대출 공급 속도···내년 목표치 더 올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올해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속도 자체는 비슷하거나 조금 느린 수준이다. 하반기 공급 확대를 예고한 만큼 연말 목표치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뱅들은 앞으로도 ‘포용 금융’ 차원에서 중저신용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경기 변동성으로 인한 연체·부실채권 증가 등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대두되는 만큼 유연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뱅 3사의 올 12월 말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는 △토스뱅크 44%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등이다. 각 인뱅들은 전체 신용대출 잔액에서 해당 비중만큼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에 내줘야 한다.
인뱅들은 각 분기 실적 발표 때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공개한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27.7%, 24.0%의 비중을 보였다. 1년 전 같은 시점에는 각각 22.2%, 24.0%였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연말 목표치는 각 25%로 올해보다 낮았다.
토스뱅크의 경우 아직 올 2분기 실적 발표 전인데, 3월 말 기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42.06%다. 이는 연말 목표치보다 1.94%포인트(p) 못 미친 수준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목표치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신용 대출 공급은 금융 혁신과 함께 대표적인 인뱅의 설립 취지에 해당한다. 신용점수가 낮아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내몰리지 않게 지원하라는 것이다.
인뱅들은 지난 2021년 3개년(2021~2023년)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분기별 속도는 영업·경영 상황에 따라 조절하되 연말에는 최종 목표치 달성 여부를 평가 받는다.
인뱅 3사는 앞으로도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 대출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 필요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악화 등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는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연체율은 0.52%로 전년동기 대비 0.16%p 상승했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0.52%에서 0.86%로 올라섰다. 토스뱅크는 올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1.32%로 업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0.42%로 전년동기 대비 0.13%p 상승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올 1분기 기준 각각 0.94%, 1.04%에 달한다.
인뱅들의 이 같은 건전성 지표 악화는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기인한다. 시장금리가 상승과 경기 부진으로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해졌고, 이들을 핵심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인뱅들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아직 인뱅들은 금융당국에 2024년부터 이행할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매년 목표치가 전년 대비 상향돼 온 걸 고려하면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목표치 산정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에서 목표치를 내라고 하지 않은 상태인데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인뱅들이 역할을 잘해왔고, 잔액 기준 비중 산정과 한정적인 중저신용 대출 고객군 등을 모두 고려해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뱅들은 금융당국에 경기 상황에 맞춘 유연한 중저신용 대출 운용을 직·간접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분위기가 우호적이진 않다. 규제 완화는 중저신용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뱅의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뱅들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와 담보대출 취급 확대를 통해 건전성 관리 노력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다만 내년 중저신용 대출 비중에 대한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올라갈 경우 건전성 우려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금융당국)가 인위적으로 (비중 같은 걸) 규제하면 풍선 효과가 나올 수 있고, 건전성 악화를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경기 상황에 맞춰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에 맡기는 정책이 서민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