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빅3' 사외이사 분석…높은 보수에 상응하는 '견제 기능' 없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러 분야의 인재를 사외이사로 역임해 다양성을 확보한 한편, 여성 사외이사 비율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은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A등급을 기록했다. '신세계'도 B+등급의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사외이사 독립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빅3 모두 이사회 의결안건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성 사외이사' 비율, 롯데쇼핑이 40%로 가장 높고 신세계·현대백화점 각각 25%와 20% 그쳐
3일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사회는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5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2명으로, 롯데쇼핑이 유통 빅3 중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직업은 대학교수, 연구위원, 법조인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신세계 이사회에는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가 존재한다. 4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1명으로, 롯데쇼핑 다음으로 신세계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높았다. 대학교수부터 법조인, 관료 출신까지 사외이사 다양성 및 전문성도 돋보였다.
다만, 사외이사 4명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국세청 등 관료 출신이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강경원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 김한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곽세붕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사외이사가 '전문성'보다는 '조사·고발 등 민감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으며, 5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1명뿐이었다. 빅3 중 여성 사외이사 수가 가장 적다는 점에서 성(性)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교수, 관료 출신, 기업인으로 직업이 다양하다 점은 긍정적이다.
■ 3사 모두 사외이사 '독립성' 낮게 평가돼…안건 찬성률 100%, 반대표 0표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모두 사외이사 '독립성'은 낮게 평가된다.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입장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빅3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은 모두 100%에 달했다. 단 하나의 반대표도 없던 것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총 16회의 이사회에서 65개의 안건을 의결했다. △부산롯데타운 토지 임대차 거래의 건 △은행 일반대출 약정의 건 △유통군 HQ 공동업무 추진 및 협약 체결의 건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여기서 불참을 제외하면 반대표는 없었다.
신세계는 지난해 11회의 이사회에서 △ESG위원회 운영규정 변경의 건 △신세계라이브쇼핑 주식 인수의 건 △신세계까사 유상증자 참여의 건 등 24개의 안건이 나왔다. 출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24개 안건은 반대표 없이 100% 찬성률로 가결됐다.
현대백화점도 10회의 이사회에서 27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지누스 인수를 위한 MOU 체결 보고 △ 무보증 공모사채 발행의 건 △현대백화점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 등이다. 일부 사외이사의 불참을 제외할 시 27개 안건은 찬성률 100%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투표에 앞서 안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부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반대표가 0%에 달한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제대로된 경영진 견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더욱 무게감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 구체적인 논의 과정을 공개하는 등 독립성을 나타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3사 사외이사는 보수는 7200만원∼7700만원...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 평균 보수 '6753만원'보다 높아
덩달아 '사외이사 고액연봉'도 거수기 논란에 불을 지핀다. 사외이사가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 496명의 평균 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연봉은 675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했을 때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주요 대기업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해 기준 롯데쇼핑의 감사위원회 평균 보수는 8000만원, 감사위원회 제외 평균 보수 7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감사위원회 평균 보수로 5300만원, 감사위원회 제외 평균 보수로 720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백화점은 평균 보수가 공통으로 7700만원이었다.
이들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만으로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주주들은 '사외이사가 연봉이 많을수록 본인 역할에 책임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때 사외이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더욱 날 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ESG경영에 힘쓰는 기업이 사외이사의 보수와 대우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도 "그러나 연봉이 자칫 과잉으로 흐를 경우 이사회 멤버들의 독립적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ESG경영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유통업계도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