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흔드는 이차전지 쏠림...수급 이제 실적·반도체로
이차전지 특정 종목 ‘롤러코스터’… 신고가 찍고 급락세
광적 쏠림 주의보, 과거 바이오 닮았네...다시 빚투 유의
연준 베이비스텝 단행...에코프로비엠 이날 공매도 금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시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차전지 관련 업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가 급등에 따른 과도한 쏠림 현상만큼이나 차익실현 매물 등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른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이차전지 관련 특정 업종이 코스닥을 넘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기까지 한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약세 전환 시, 쏠림 현상도 버티기 어렵고 과열국면에서 투자한 종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투자 과열 주의에 한국거래소는 에코프로비엠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27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공매도 금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 특정 종목 ‘롤러코스터’…신고가 찍고 급락세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닥지수는 4.19% 급락한 900.6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일 오전 950선대까지 치고 올랐다가, 오후 2시를 기점으로 880선까지 밀리며 장중 변동 폭이 70포인트 넘게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차전지 대표 종목인 에코프로(086520)는 전장 대비 5.26% 하락한 12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에서 오후 한때 153만9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급격히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52주 신고가 대비 20.47% 떨어졌다.
POSCO홀딩스(005490)는 같은날 63만원으로 전장 대비 4.26% 하락해 마쳤다. 이 종목 역시 장중 76만4000원까지 급속도로 올라가 신고가를 경신했다가, 다시 17.54% 급락했다.
이차전지 관련주로 뒤늦게 합류한 LS(006260)도 5.91% 밀려 11만3000원에 종료됐으나, 장중 신고가인 15만1300원을 찍고 25.31%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이차전지 종목들의 급격한 하락 변화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6174억원을 내다팔아서다. 기관도 2108억원을 팔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이차전지 쏠림현상으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밸류체인 강세가 다시 부각되면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재발하고 있다"며 최근 포스코와 에코프로그룹주 급등 현상을 지적했다.
■ 증권가, 이차전지 과열 ‘경고 목소리’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인 이차전지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의 숏스퀴즈(공매도 투자자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환매수)로 장 초반 주가가 쭉 올랐다가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차전지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한순간에 꺾여 반대매매가 확산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이슈나 이벤트에 의한 하락이 아닌, 수급 이탈 움직임에 따른 주가 하락이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제 오전 이차전지 업종으로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쏠리면서 이차전지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하지만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됐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차전지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심리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코스닥에서 장중 1400개 넘는 종목이 하락하는데 1%대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극심한 수급 쏠림 현상이 발생한 건 특이한 현상으로 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이차전지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던 수급과 심리적인 요인이 반대급부 현상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이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쏠림, ‘이차전지=바이오’ 닮았다
최근 이차전지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놓고 과거 셀트리온(068270)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쏠림’과 유사하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실제로 2017년 3월 8~9만원대를 오가던 셀트리온은 1년 뒤 36만원을 넘기면서 4배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셀트리온 주가는 과거 고점 대비 60%가량 빠진 상태로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가계에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하튼 이러한 쏠림 속에서 시장의 체질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게 중론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무려 1480개 종목이 떨어져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코스피시장에서도 875개 종목이 하락했다. 이차전지 종목 외에는 다 떨어졌다는 말이 돌 정도다.
코스닥과 코스닥150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연초 대비 수익률로 보면 코스피가 17.9% 오를 때 코스피200은 18.5% 뛰며 수익률 격차가 0.6%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8.4%, 코스닥150은 64.0% 올라 수익률 격차가 무려 2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곧 코스닥 내에서는 대형주가 유리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렇게 수익률 격차가 났던 건 2018년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스닥 대비 코스닥150의 상대 우위는 항상 쏠림에서 나타난다고 봤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엔 코스닥 상위에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와 신라젠(215600), 메디톡스(086900) 등 바이오가 있었다”며 “지금은 코스닥 상위에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 엘앤에프(066970) 등 이차전지 종목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 다시 '빚투' 20조, 반대매매 유의
이차전지주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융자잔고가 20조원을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고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 하락 시에는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선다. 때문에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596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 가운데 지난 25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1399억원으로 한 달 전(9조9807억원) 대비 약 16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시장에서 이차전지 종목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스닥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융자잔고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며 “수급 쏠림 현상의 중심에 있었던 이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향후 반대매매 출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 美 기준금리 ‘베이비스텝’...수급 이차전지→실적·반도체 이동 전망
7월 FOMC 이후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수급 중심의 장세는 점차 실적 중심의 장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빅테크의 강세로 쏠림이 심화됐던 미국증시의 경우, 최근 빅테크 주가보다 금융 등 이외 업종의 강세로 쏠림이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국내의 경우 5월 이후 다소 완화되는 듯하다 재차 대폭 심화된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는 짧게 보면 수급이 지배하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길게 보면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해소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기업 이익 방향성은 우상향이라는 점에서 조정 시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업종의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나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반도체, 조선 업종을 제시한다”며 “특히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발표했지만, 하반기 HBM 실적 개선 및 NAND 메모리 추가 감산 발표 등 긍정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대형주가 다시 반등하며 하반기 코스피 2800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본격적인 2분기 실적시즌과 함께 실적 호조를 기대할 수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기계, 이차전지(셀) 등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기존 주도주 중에서도 실적 호전 대형주 중심으로 코스피 분위기 반전 3분기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