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조현준 회장 '효성 계열사 빅3' 부진 꾸짖었지만 빅3 하반기에 휘파람 부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7.25 05:00 ㅣ 수정 : 2023.07.25 05:00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최근 경영성과 주춤 조 회장,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 없는 느슨한 기업풍토에 경고 효성그룹 '3형제' 하반기 경영실적 개선 조짐 두드러져 효성티앤씨 효자상품 스판덱스, 중국에서 수요 폭증 '기염'토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효성티앤씨, 인도와 중국에서 스판덱스 생산 늘려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수요 폭증에 연평균 11%대 고속성장 일궈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효성 소재 3총사’로 불리는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이 최근 좀처럼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관련 계열사 임직원을 질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임원과 팀장에게 ‘책임경영 강화’를 주문하는 취지의 메일을 발송했다.
조 회장은 메일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나 경영층에서 지시한 사항이 제대로 실천 안 되고 일을 잘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회사 내에 너무 많다”며 “여태까지 일을 잘못했는데 잘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갑자기 일이 잘될 수는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자신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며 “당면한 문제점 또는 주요 현안에 역량이 부족하고 속도가 느리고 개선이 안 돼 성과가 미흡하다고 앞에서 반성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해보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영실적 부진을 타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핑계만 늘어놓는 느슨한 기업 풍토를 꼬집은 대목이다.
그는 “사업이 나빠지고 있지만 위기의식을 못 느껴 시장 환경 변화와 대응책 마련에 미흡하고 문제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의식개혁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책임지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실행력을 높여 계획한 일들이 성과가 나타나 경영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경영목표는 회사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약속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조직 구성원 모두 능동적으로 일하는 책임경영을 실천해 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수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집념과 의지를 가지고 회사에 책임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한층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룹 회장이 팀장과 임원 등에게 일침을 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의 이번 서신은 더욱 화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강한 어조는 조직 내 분위기 쇄신과 각성을 위한 취지로 보인다”며 “어려운 경영여건과 최근 글로벌 불황 등에 따른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를 겨냥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그룹 내 맏형'으로 불리는 효성티앤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93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효성티앤씨는 시장 기대치 476억원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901억원에 비하면 올해 1분기 실적은 무려 63.55% 급감한 수준이다.
'효성의 효자'로 불리는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1분기 대비 35.14% 늘었다. 하지만 1016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33.76% 감소한 성적표다.
효성화학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53억원을 내며 2021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 3사 모두 2분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주요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효성티앤씨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4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5.33%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효성첨단소재는 1분기 영업이익이 5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65% 수준으로 예상된다. 효성화학은 2분기 영업적자가 883억원으로 7분기 연속 적자가 추정된다.
이번 서신으로 조 회장이 현재 효성이 직면한 경영위기를 엄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효성은 하반기 경영전략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점은 효성이 올해 하반기에 반등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업사이클(회복국면) 전망이다. 스포츠웨어가 일상복으로도 활용되면서 스판덱스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간 중국에서는 스판덱스가 없어서 못팔 지경에 이르렀다.
효성티앤씨는 2021년 3분기 영업이익 4118억원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1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 외부활동 감소 등으로 스판덱스 가격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무렵 중국 내 소규모 생산업체들은 스판덱스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중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중국 내에서 약 22개에 달하던 비메이저 업체 수가 2022년 13개로 대폭 줄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생산업체들이 애초 계획한 증설 프로젝트도 연기되거나 철회됐다.
하지만 효성티앤씨는 2021년 9월부터 인도 증설을, 2022년 3월부터 중국 증설을 시작해 지난해 말 완공됐다.
그리고 올해 약 3년 만의 리오프닝으로 중국과 인도 수요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스판덱스 수요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중국 및 인도공장 상업생산을 통해 글로벌 스판덱스 수요에 따른 혜택을 효성티앤씨가 누릴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스판덱스는 효성티앤씨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시장인 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상당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도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탄소섬유 시장은 연평균 11% 이상의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기기 및 운송 수단의 경량화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현재 효성첨단소재에서 탄소섬유+아라미드 이익 기여도는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분기 효성첨단소재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탄소섬유 영업이익 추정치는 직전 분기 대비 53% 증가한 13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최초로 전북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한 효성첨단소재는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에 생산설비 증설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2023년 9000톤(t)에서 내년에는 1만4000톤으로 56%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이뤄진 효성그룹의 투자활동이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빛을 볼 수 있는 시점이 됐다”며 “효성이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스판덱스, 탄소섬유 모두 하반기부터 전망이 나쁘지 않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