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헝다 이어 완다그룹도 위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인플레이션과 맞서기 위해 작년 6월부터 10연속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부터 무섭게 오르는 모기지금리로 인해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고 주택거래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경제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경제지표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부동산시장에도 온기가 감돌고 있다. 다만 주택경기는 확연하게 기지개를 켜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더 안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등 부문별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부동산 시장이 부문별로 호재와 악재가 엇갈리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거의 부동산 시장 전부문에서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고려하면 이같은 부동산시장 위기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심각해질 수 있음을 짐작케한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상업관리집단은 채권단에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4억달러 중 2억달러가 부족하다고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8년 다롄에서 설립된 완다그룹은 중국에서 부동산과 호텔, 테마파크, 영화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다. 완다그룹은 한때 중국에서 우량 기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10년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완다그룹 및 계열사가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는 최소 11억 8000만달러에 달한다.
완다그룹이 오는 23일 만기까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가운데 완다그룹은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최대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폴트 위기설이 불거지자 완다그룹의 주요 자회사 채권 가격은 17일 23.4% 폭락한 데 이어 18일에도 8%가량 떨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에 대한 장기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했다. 달러채권은 원금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아예 없어 자금을 막지 못할 경우 디폴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완다그룹은 지난 7월에도 부도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10억 위안 규모의 채권발행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지난 2021년 헝다에 이어 완다그룹까지 디폴트설에 휩싸이면서 중국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 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경제는 크게 동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다각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음에도 직접적인 부동산 대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가계소비 확대를 위해 자동차 및 가전 등 구매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대책을 빠져있었다. 그러기에 조만간 중국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다수 도시는 1채를 초과하는 부동산 매수를 금지하고 있는데, 규모가 작은 도시들의 다주택자들의 투자 제한을 폐기하는 방안이 부동산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울러 중국정부는 주택 매수용 대출 규제 완화와 다주택 허용 등 추가 부양책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에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 기간을 1년 연장해주도록 했지만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