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화오션 권혁웅 호(號), '두 개 마술지팡이'로 경영 정상화 일궈낸다
상선 부문 실적 개선에 적극 나서야
차세대 친환경 선박 메탄올 추진선 수주도 시급
방산 부문 시너지 창출 위한 움직임 본격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행보 눈여겨볼 대목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권혁웅(62·사진) 대표가 이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상선 부문 실적 개선과 방산 사업 강화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체 한화오션은 매출액 가운데 약 70%를 상선 부문에서 일궈내고 있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상선 부문에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을 거둬야 전체 기업 제무재표가 개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수주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 손실 발생하는 상선 부문, 정상화 시급
한화오션 사업은 크게 상선 부문과 ‘해양플랜트·특수선(군함 포함)' 등으로 나눠졌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1분기 상선 및 해양플랜트·특수선 부문에서 총 1조470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상선 부문은 총 매출의 77%인 1조1445억원, 해양·특수 부문은
나머지 23%인 3260억원이다.
한화오션의 주력 매출원은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을 건조·인도해 대금을 수취하는 상선 부문이다. 그러나 현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선 부문은 매출총이익 적자를, 해양·특수 부문은 이익이 내는 구조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모든 비용)를 뺀 나머지 값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가리키면 제품을 제조하자마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한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상선 부문은 지난해 1분기 9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 180억원 적자 △3분기 180억원 적자 △4분기 210억원 적자 그리고 △올해 1분기 2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해양·특수 부문은 △지난해 1분기 30억원 적자 △2분기 50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3분기 750억원의 매출총이익 △4분기 1230억의 매출총이익을 달성했다.
해양·특수 부문은 올해 1분기에도 45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거머줘 사업이 수익을 내는 상태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상선 부문에서 매출총이익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
사업 규모와 비교해 한화오션의 매출 성과가 높지 않은 점도 해결과제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야드(선박 건조 공간)를 갖춘 삼성중공업과 비교하면 보다 명확해진다. 한화오션은 495만m2(약 149만 평) 규모의 야드를, 삼성중공업은 400만m2(약 121만 평)의 야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삼성중공업과 유사한 규모의 설비를 갖췄지만 지난해 4조860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 5조9447억원보다 약 1조1000억원 적은 성적표다. 한화오션이 분기 당 약 2750억원의 매출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7조8505억원으로 내다봤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올해 매출 전망치 7조9930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FN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여러 공정 부문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면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한 한화오션은 이달 12일 대규모 인재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생산 및 설계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 건조 역량 조기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세대 친환경 선박 먹거리에도 조속히 진출해야
새롭게 태어난 한화오션이 보다 강화된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건조 역량 정상화와 함께 친환경 선박 수주에도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현재 전세계 조선·해운업계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메탄올 추진선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전세계에서 메탄올 추진선이 총 99척 발주 됐으며 이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54척,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이 외에 43척을 수주한 각각의 조선사 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중국 조선사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실적은 한화오션이 친환경선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사 실적은 대부분 상선 부문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성 있는 신조선 건조 역량과 친환경 선박 수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방산 전시회에 '깜짝 방문'
부진한 상선 부문 사업과는 별도로 방산 부문 시너지 효과는 두드러진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방산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과 함께 이달 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참가해 최신예 함정 기술력과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뽐냈다.
특히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을 소개하며 방산 부문 역량을 과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8년 울산급 호위함 2차산업의 선도함을 건조했으며 이후 3척을 추가 수주하고 건조하는 기량을 발휘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화오션 참가가 주목을 받은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 현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잠수함 및 선박용 리튬전지체계 △함정용 가스터빈 엔진△최첨단 추진체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통신위성 △해양무인체계 △함정 전투체계 △안티드론 시스템 등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뽐낸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현재 건조 중인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에 잠수함용 리튬전지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건조되는 잠수함은 기존에 납축전지를 부착한 잠수함 대비 잠항시간이 약 3배 늘어날 예정이다. 신형 잠수함은 오는 2026년 건조가 완료돼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추진체계 역량,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 역량을 건조역량과 융합해 고성능 무기를 해군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방산분야에 대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열정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7일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생산본부, 기술본부 등 직원들과 만나 ‘정도경영’, ‘인재육성’ 등을 통해 한화오션 미래를 밝혀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같은 날 MADEX 2023 한화오션 부스를 깜짝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부회장의 옥포조선소 방문과 행사 참석 등은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화오션이 수 십 년 만에 공식적으로 민간기업 품에 안겼으며 한화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이번 방문은 그룹의 향후 경영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최대 중점 사안이 인력 확충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달 23일 기존 사명이던 대우조선해양을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상선, 방산 이외에 또 어떤 혁신 사업이 추진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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