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경쟁 본격화···‘전통 강자’ 은행권, 수익률 개선 고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6.08 06:11 ㅣ 수정 : 2023.06.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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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freepik]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오는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고객 유치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전통 강자인 은행권과 영토 확장을 노리는 증권·보험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은 노후 자금 성격인 만큼 ‘수익률’에 따라 고객 수요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주거래 고객층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사수에 나서겠단 계획인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제고는 과제로 남아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2일 시행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가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전 지정된 포트폴리오에 상품을 운용하는 것이다. 

 

시장에선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각 금융사의 ‘실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맡긴 퇴직연금을 굴려 자산을 증식해야 하는데, 금융시장 흐름에 맞춘 상품 선택·운용 여부에 따라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금융사의 자금 운용력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는 은행이었다. 올 1분기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 약 338조원 중 은행이 174조9000억원(51.7%)을 차지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적립된 퇴직연금만 136조2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각각 2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본격적인 고객 쟁탈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공략 대상은 은행 고객이다. 오는 2025년 약 500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 영토를 넓혀가겠단 목표다. 

 

은행권은 탄탄한 주거래 고객층에 기반한 점유율 사수를 자신하는 분위기지만, 수익률 제고가 고민이다.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금융사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객들의 눈높이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확정급여형(DB) 2.37% △확정기여형(DC) 2.45% △개인형 퇴직연금(IRP) 2.24%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1%대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한 수치다. 

 

다만 이는 지난해 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을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 등에 묻어둬 평균 수익률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수신금리 하락세를 고려하면 은행의 2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보통 퇴직연금 수익률을 최소 정기예금 수준까지는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상품 운용도 정기예금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2분기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KB·NH투자·삼성·한국투자 등 5개 증권사의 올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DB형 2.86% △DC형 2.90% △개인형 IRP 2.84%다. 5대 시중은행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하면 최대 0.60%포인트(p)가량 높다. 

 

은행권 설명을 종합하면 금융사 간 수익률 차이는 핵심 고객층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 은행 고객은 안정적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원리금보장 상품이 대부분인데, 증권·보험사에는 상대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로 퇴직연금 시장 사수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그간의 강점이었던 안정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잡아 증권·보험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단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자산관리(WM)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제도가 바뀌면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생긴 상황이다.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수익이 필수적”이라며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률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양질의 상품 발굴로 미래 고객 유치에 집중하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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