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사업 효과는 확실한데”···은행권, 수익 창출에 고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5.30 07:25 ㅣ 수정 : 2023.05.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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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Liiv M)’의 정식 서비스 승인 이후 은행권이 비(非)금융 시장에 잇따라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시장에선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비금융 사업을 통한 데이터 경쟁력 확보와 비이자 이익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만, 앞선 사례들로 비춰봤을 때 초기 발생 비용 및 수익 창출 전망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정례회의에서 국민은행이 요청한 알뜰폰 부수업무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 국민은행이 리브엠을 부수업무로 신고하면 관련 법령 개정 이후 정식 서비스로 인정하겠단 것이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여·수신 등 규정하는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금산(금융과 산업) 분리 원칙으로 비금융 분야에 대한 장벽은 높게 형성돼 있다. 

 

국민은행 리브엠 역시 ‘혁신 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 서비스 허용 기간 만료를 앞두고 국민은행이 낸 규제 개선 신청을 금융위가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은행권에 알뜰폰 사업 진출을 허용해 줬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그동안 은행권 숙원으로 꼽혔던 비금융 시장이 알뜰폰을 시작으로 점차 개방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국민은행 이후 뚜렷한 사업 모델을 내놓은 은행이 나오진 않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알뜰폰 통신사와 제휴한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였는데, 정식 서비스 전환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이 방식대로라면 수익은 내지 못하는 구조다. 농협은행도 알뜰폰 시장 정식 진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알뜰폰 이슈가 계속 떠오르는 건 데이터 확보에 적합한 사업 모델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대표적 생활 밀착형 분야인 통신업에 뛰어들면 은행에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가 유입되고, 이를 맞춤 금융 상품 설계나 플랫폼 경쟁력 제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과 통신 고객을 함께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이자 수익 증가를 통한 이익 구조 다변화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긍정 효과에도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 선언이 잠잠한 건 비용 투입과 수익 전망에 대한 고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업 초기 들어갈 예산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수익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등에 대한 계산을 쉽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리브엠은 2020년과 2021년 약 3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은행권 선두로 알뜰폰 시장을 개척했지만, 매년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감내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많이 투입될 거고, 기존 인력 재배치나 부서 신설도 해야 하는데 결국 모두 비용”이라며 “회사로서는 매년 사업 평가나 계획에서 적자를 내는 사업을 가지고 가는 게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영업망이 탄탄한 국민은행도 알뜰폰 시장에서는 고전하는 걸 보면서 전략을 선회한 은행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시장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기존 이해관계자와 함께 지내야 하다 보니, 대기업 탐욕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을까라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알뜰폰을 시작으로 다양한 비금융 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은행들은 적절한 사업 모델을 찾을 때까지 지켜보겠단 의도도 깔려있다. 본업(은행)과 시너지를 낼만한 비금융 사업 분야를 찾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배달앱(땡겨요)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금융-유통 결합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서비스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라이더 특화 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앞으로 알뜰폰·배달앱 뿐 아니라 모빌리티나 메타버스 등의 비금융 신사업에서 은행권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외처럼 은행들의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로 사회 기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관련 논단에서 “이미 많은 해외 은행들은 ‘Beyond Banking’을 핵심 경영 아젠다로 삼고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후생 제고, 기업의 성장 지원 등 사회적 기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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