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리브엠···은행권 “알뜰폰 시장 개방될까” 촉각
금융당국 KB리브엠 정식 서비스 전환 논의
부수업무에 알뜰폰 추가 땐 시장 진출 가능
“돈 주고도 못 사” 은행 데이터 확보 총력
비금융 시장 진출 가속할 듯···상생은 과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Liiv M)' 정식 서비스 전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결정에 따라 앞으로 시중은행들의 통신시장 진출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로 봤을 때 비(非)금융 분야에 대한 은행권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혁신을 앞세운 시장 생태계 교란과 차별화 부재 등의 우려는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 ‘임시→정식’ 서비스 전환되나···리브엠 시험대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30일 소위원회를 열고 리브엠의 정식 서비스 전환 여부를 논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들이 위원회에 그간의 성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엠은 금융위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으로 국민은행이 펼치고 있는 알뜰폰 사업이다. 원래 은행은 금산(금융과 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통신업을 영위할 수 없지만, 혁신성이 인정될 때 예외로 인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2019년 출시된 리브엠은 2021년 재승인 이후 오는 4월 16일 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금융위는 이 서비스를 정식 서비스로 전환시킬지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초 한 차례 더 관련 논의가 이뤄진 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에 첫 발을 들인 국민은행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요금제 경쟁력, 금융 상품 연계 등으로 리브엠 키우기에 나섰다. 현재 리브엠 가입자 수는 약 4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알뜰폰 업계 내 3~4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위, 은행 부수업무에 알뜰폰 지정 가능성
현재까진 금융위가 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리브엠은 이동통신 3사의 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메기’를 풀어 가계 통신비 인하 촉진에 나서겠다는 정부 방향성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금융위가 은행의 부수업무에 알뜰폰을 추가할지 여부다. 은행 중에서도 국민은행에만 허가를 내줄 수는 없기 때문에 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되, 타행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도 리브엠 정식 서비스 전환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금융 산업 발전의 걸림돌인 금산분리 개선 방안을 올 상반기 내 발표할 예정이다.
■ “데이터 확보 기회” 알뜰폰 군침 흘리는 은행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동통신사 제휴 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해 있다. 다만 국민은행과 다르게 수익을 낼 수는 없다. 금융권에선 이들 은행이 규제 완화 뒤 알뜰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이 알뜰폰을 노리는 건 단지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과정에서 얻어지는 비금융 데이터로 고객 정책 및 상품 개발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설명이다. 물론 연계 사업으로 추가 고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를 넘어선 만큼 통신업은 ‘데이터 노다지’다. 은행권에서 거론되는 비금융 진출 예상 분야는 대부분 생활 밀착형 성격을 띄고 있다. 활동량이 많아야 데이터 확보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태생이 은행인 회사가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당장 비이자 성격의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데이터라는 건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손실이 나더라도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은행 공세 예고에 시장 반발···‘상생·차별화’ 과제로
리브엠을 기점으로 은행 부수업무에 알뜰폰이 추가돼 국민은행 외 다른 은행도 참전할 경우 시장 반발이 가열될 우려는 남아있다. 이미 알뜰폰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자본력으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은행들의 상생 정책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앞으로 알뜰폰 뿐 아니라 다양한 비금융 분야 진출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시장 참여자들과의 ‘교통 정리’는 과제로 꼽힌다.
은행들이 규제 완화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금융 혁신에 대한 부담은 안고 가야 한다. 수익성은 차치하더라도 ‘은행의 알뜰폰은 다르다’는 점을 시장에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 확보를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리브엠은 통신업 부수업무 지정을 통한 가계 통신비 절감 및 금융·통신을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 등 알뜰폰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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