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살림 나아졌나 했더니'...다시 보릿고개 넘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시장 전망과 달리 올해 1분기 랠리를 마주하며 점진적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남은 분기도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후폭풍으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올 1분기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예상외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 1분기 순이익은 1841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1023억원) 보다 80%나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순이익은 각각 2382억원과 2526억원을 달성해 15.7%와 66.44% 늘어났다.
키움증권은 두 배 이상 급증한 2925억원을 올려 순이익 기준으로는 증권업계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262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외에도 메리츠증권(1998억원)과 KB증권(1419억원), 신한투자증권(1194억원), 하나증권(834억원), 교보증권(542억원), 대신증권(523억원) 등이 순이익을 내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개선은 국내외 증시 회복세에 기인한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500선과 8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상승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4.5% 늘어났고,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1.8% 증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 매매수수료 수익이 늘고,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도 증가했다"며 "시장금리 안정화로 증권사 상품 운용 관련 수익과 계절적 요인으로의 분배·배당금도 불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증권업계가 탄탄대로를 가는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PF 관련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여기에다 최근 발생한 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미수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에 불안감은 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CFD 관련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주가폭락 종목의 신용융자 부실화 위험이 증권사에 간접적인 손실을 추가로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주가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CFD 투자자들이 손실 정산을 못 하면 미수채권에 따른 손실은 해당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미수채권이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대손충당금 증가 등으로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경우 곧바로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악순환은 불가피하다.
또 CFD 관련 사태로 증권사 신용등급이 하락 가능성도 문제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금리가 높아져 증권사 부담이 늘어나고, 유동화증권 발행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시장지배력이 낮아질 수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확대 지속여부는 미지수로, 1분기와 같은 양호한 실적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며 ”부동산 PF 건전성과 상품 이슈에 따른 미수채권 규모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 전반적으로 CFD발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데, 미수 채권 증가 시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며 "CFD 신규 가입 중단 및 향후 금융위의 CFD 제도 개선 등으로 CFD 관련 손익이 위축될 공산도 크기에, 대부분 증권사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