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배터리 내재화는 곤란하지만 자체 생태계 구축 필요(下)
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는 국내 경제/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으로서 미국, 일본 및 독일 등 선진국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자국내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개도국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등극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된다. 체크공화국의 스코다와 말레이시아의 프로톤 사가 등이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종합자동차메이커가 우월할 수밖에 없지만 AI 등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특히 토요타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뒤졌지만 최근 각성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21년 9월 애플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LG전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풍문이 흘러나와 해당 주가가 출렁인 적이 있다.
• 애플의 ‘애플카’ 위한 LG전자 접촉, 전기차 생태계 잘 설명하는 사례
스마트폰의 개척자 애플이 업종이 전혀 다른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자동차가 기계 중심에서 전자 중심으로 급격히 패러다임이 옮겨 가고 있으며 결국 자동차는 ‘바퀴달린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 가능하다.
자동차 생산 경험과 기반이 전무한 애플로서는 LG전자가 모터, 배터리 및 각종 전장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을 만드는 종합부품사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이하, LG엔솔)나 LG전자 등 LG의 계열사들은 자체 모델의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아도 전기차에 내재된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향유할 수 있으며, 마치 파운드리의 TSMC가 매출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지지만 부가가치와 주식가치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듯이 전기차 시장에서 ‘슈퍼 을’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자동차 사업에만 약 2조8212억원을 투입하여 배터리(LG엔솔), 구동장치(LG마그나) 및 자율주행 센서‧통신(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미래차 대응 3대 축을 구축했다.
그러면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적인 전기차 부품 생산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 현대기아차로서는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인가.
•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배터리 내재화, GM 등 여타 업체는 합작투자 추진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원통형 4680 배터리 직접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3TWh 규모의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속속 건설할 계획이다. 폭스바겐도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240GWh 규모의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는 것과 아울러 자회사를 통한 배터리 자체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 GM, 스텔란티스 및 BMW는 국내 LG엔솔, SK온 및 삼성SDI는 물론 중국의 CATL과의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들과는 달리 자체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2025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며 특히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미-중 패권전쟁의 일환으로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기반의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는 달리 포드와 테슬라는 중국 CATL과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CATL로부터 가성비 높은 인산철(LFP) 배터리를 채용해서 재미를 보고 있는 테슬라는 물론 포드는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자체 자금으로 설립하되 CATL에게 운영을 맡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 현대기아차, 글로벌 배터리 국내 3사와는 물론 전문 중소기업과의 협력 추진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LG엔솔, SK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온과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SK온은 현재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생산되는 아이오닉7에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LG엔솔과 미국 현지에 합작공장 두 곳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한 공장 당 최대 35GWh 규모로 최종 부지를 고르고 있다. LG엔솔은 이미 2021년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이러한 국내 글로벌 메이저 배터리업체와의 협력과는 별도로 현대기아차는 2021년 6월 말 세방전지에 이어 세종공업, 서연이화 및 덕양산업을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급사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현대기아차에 오랜 동안 부품을 공급해 왔는데 공급물량은 전기차 20만대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현대모비스와 LG엔솔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를 통해서 대용량 배터리 모듈과 팩을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받았다.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을 맞아 배터리 협력사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셀을 LG엔솔과 SK온을 통해 공급받고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은 현대모비스가 담당하게 된다.
• 배터리 생산 내재화하지는 않지만, 관련 기술 확보한다는 전략
현대기아차가 배터리를 내재화하지 않는 것은 국내 3대 글로벌 배터리 메이저의 존재,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실현의 불확실성과 자원 보유국에서의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의 어려움 등이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관련 핵심 배터리 기술은 반드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현대크래들을 통해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업체 솔리드파워에 투자했다. 투자금은 2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에는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확대 강화했다.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해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과 함께 리튬이온배터리의 밀도 등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는데 동 센터는 차세대 배터리기술과 관련하여 BMS, 전고체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및 배터리 공정기술 등 4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차에 핵심적인 S/W 등과 관련된 움직임과 업체 소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