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현대차·기아 정의선 호(號), 中시장 부진 딛고 도요타·GM 제친 비결은
'日 자존심' 도요타와 美 GM 1분기 영업이익 뛰어 넘어
미국·인도서 괄목할 만한 판매 성장 돋보여
현지 최적화된 기능 갖춰 선풍적 인기 얻어
고성능 내연기관차 및 전기차로 중국 공략 재추진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현대차·기아가 수년째 중국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인도와 미국 등 중국 대안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판매 성장을 이어가며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차량을 34만대 파는 데 그쳐 영향력을 잃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 실적은 꾸준히 좋아졌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액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 당기순이익 3조4194억원 등 실적 신기록을 달성했다. 형제 기업 기아는 올해 1분기에 매출액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 당기순이익 2조1198억원을 거둬 역대급 실적을 거머쥐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판매대수 증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수익이 많이 남는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 우호적 환율 효과 등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 역시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 인센티브 절감 등을 통해 수익 구조가 개선됐으며 환율 효과도 더해져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량 덕택에 현대차·기아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상징 도요타와 미국 완성차업체 GM을 뛰어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 내 부진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과 인도에서 차량판매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점도 기업 성장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최근 수년간 미국과 인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차량 옵션 추가, 차량 설계 등을 진행했다. 이 같은 맞춤형 전략 덕택에 현대차·기아는 지역 매출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끝내 중국내 부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기아가 거대 중국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국 대안시장에서 일궈낸 차량 경쟁력과 판매성과를 토대로 중국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전략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 현대차·기아, 1분기 국내외에서 차량 판매량 증가... 도요타·GM 영업이익 뛰어넘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전세계에 차량 102만1712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90만2572대와 비교해 13.2% 증가한 숫자다.
국내 시장에는 지난해 말 출시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가 1분기부터 본격 판매되고 있으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및 제네시스 라인업(제품군) 등 마진이 높은 차종이 견조한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량은 19만1047대로 집계되며 이는 지난해 동기 판매량 15만2107대 대비 25.6% 증가한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탄탄한 부품 공급망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늘려 83만665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73만374대 대비 10.7%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는 자동차 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라며 "이에 따라 현대차 실적 또한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아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는 올해 1분기 총 76만8251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동기 판매량 68만5938대 대비 12%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는 14만1740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16.5% 늘었으며 해외에서는 62만6511대를 판매해 증가율이 11.1%에 이른다.
기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EV9을 국내에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기아 전기차 경쟁력을 기반으로 더욱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대차·기아는 분기 영업이익에서 도요타와 GM을 이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한국 자동차 업계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6조5000여억원이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100억엔(약 5조1100억원)으로 집계된다. 현대차·기아가 도요타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더 많은 실적을 거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GM의 1분기 순이익(23억9500만달러·약 3조2140억원)도 크게 앞섰다.
증권정보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이 8.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도요타(5.8%)를 2.5% 포인트 가량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품질경영의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 현대차·기아, 바람직한 수출 지역 다변화 전략 결실 맺어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는 8150만대이며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817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자동차 시장 전체 파이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 확대이 저조한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연이은 서프라이즈 실적을 일궈내고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매출 153조5866억원, 영업이익 11조4859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지난해 매출 86조5590억원, 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기록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으며 올해는 매출 95조5968억원, 영업이익 9조213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돼 급격한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한국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자료를 살펴보면 자동차업계는 올해 3월 65억2000만달러(약 8조7000억원)의 수출을 기록해 지난해 3월 수출 39억7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 대비 64.2%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자동차업계 수출이 이토록 견조한 것은 현대차·기아가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 1위 중국에 국한된 판매 전략을 고집하지 않고 글로벌 판매 다각화에 수년간 주력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약 179만대(시장점유율 6.4%)를 판매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압박, 중국 정부의 자국 브랜드 우대정책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18년 116만대(4.1%) △2020년 66만대(2.6%) △2022년 34만대(1.3%)를 중국에서 판매해 현지 영향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밀려났지만 현대차·기아 실적은 꾸준히 좋아졌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현대차 매출액은 △2016년 93조6490억원 △2018년 97조2516억원 △2020년 103조9976억원 △2022년 142조527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기아 매출은 △2016년 52조7129억원 △2018년 54조1698억원 △2020년 59조1681억원 △2022년 86조5590억원이다.
현대차·기아가 이처럼 실적 향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세 번째로 큰 시장 인도에서 괄목할 만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내 판매량이 △2020년 120만8374대(시장점유율 8.4%) △2021년 148만911대(9.9%) △2022년 147만4224대(10.6%)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포드·폭스바겐·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2022년 판매량이 지난 2021년 대비 약 10% 감소한 점과 비교하면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괄목할 만하다.
특히 미국에서 현대차 SUV 투싼과 싼타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투싼은 미국에서 △2020년 12만3657대 △2021년 12만3657대 △2022년 17만5307대 판매했다. 싼타페는 △2020년 10만1513대 △2021년 11만2071대 △2022년 11만9589대를 판매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투싼은 미국 시사잡지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선정한 '2022년 가족 위한 최고 자동차’상을 수상하며 차량 경쟁력을 뽐냈다. US 뉴스&월드 리포트는 미국에서 1년 동안 출시된 대부분 신차의 안전도, 사용자 리뷰, 기술적 특징 등을 꼼꼼히 살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투싼은 편안한 승차감과 핸들링, 사용이 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운전자 보조 장치 등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차량 소비자들이 장거리 운행이 빈번한 점을 감안할 때 편안한 승차감과 운전자 보조 장치가 미국인들에게 큰 매력을 끈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시장에서 얻는 인기도 두드러진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 △2020년 약 56만4147대(23.1%) △2021년 68만6616대(22%) △2022년 80만7067대(23%)를 판매하는 기념비적인 실적을 거뒀다. 연평균 판매량 증가율은 약 1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 최적화된 SUV 차량 크레타를 앞세워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더운 날씨를 고려해 소형 SUV 크레타는 뒷좌석에도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으며 대가족 특성을 고려해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이러한 고객 맞춤형 전략 덕택에 크레타는 △2020년 9만6989대 △2021년 12만5437대 △2022년 14만985대가 판매돼 현대차의 효자 차종으로 등장했다.
■ 현대차·기아, 고성능 내연기관차 및 전기차 앞세워 중국시장 공략 재도전
미국과 인도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현대차·기아는 고성능 내연기관차와 전기자동차를 무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재도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고성능 내연기관차 모델 'N 브랜드'를, 기아는 전기차 모델을 전시했다.
현대차는 더 뉴 엘란트라 N을 상하이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모델은 올해 하반기에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며 고성능 내연기관차 브랜드 N 모델을 위주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N 브랜드와 전기차 모델이 결합된 ‘아이오닉 5 N’도 다음해 중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기아는 고성능 전기차 'EV6 GT', 대형 SUV 전기차 'EV9', 준중형 SUV 전기차 'EV5' 등을 전시하며 본격적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전기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 전기차 약 800만대가 판매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만 약 500만대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세계 최고 전기차 시장과 내연기관차 시장을 모두 갖는 국가"라며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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