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1분기 실적발표 앞두고 새 제도 혼선…생보 '빅3' 균열 생기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시기가 다가온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IFRS17을 적용하면 순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보업계 '빅3' 자리가 위태롭다는 의견도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부터 IFRS17을 적용한 실적을 발표한다. IFRS17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매년 나눠서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개념도 도입됐다. 보험업계는 2021년부터 IFRS17 도입에 대비해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 취급을 축소하고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취급을 확대해왔다.
새 제도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IFRS17 도입 시 대형생보사 3곳(삼성‧한화‧교보)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줄어들었다. 교보생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3952억원이다. 하지만 IFRS17 전환 시 15.4%(609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SM 규모는 업계 4위인 신한라이프에 밀리기도 했다. 자산규모 약 127조원의 교보생명은 4조5910억원의 CSM 규모를 기록하면서 자산 규모가 비슷한 한화생명(약 117조원)의 CSM 규모 9조5587억원에 비해 한참 뒤처지게 됐다. 자산이 67조원대인 신한라이프의 CSM규모 6조7469억원보다도 2조원 이상 낮다.
교보생명의 CSM 규모가 작게 나타난 것은 IFRS17 적용 방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IFRS17은 완전소급을 원칙으로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질적으로 완전 소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1~5년까지 수정소급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2년의 소급기간을 선택했다. 대형사 가운데 3년 미만의 소급을 적용한 곳은 삼성생명(1년)과 교보생명 두 곳 뿐이다.
소급기간이 짧을수록 자본은 확대되지만 CSM 규모는 작아진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IFRS17 적용 시 총 자본은 12조4867억원으로 기존 국제회계기준(IFRS4) 적용 시와 비교해 7조5770억원 가량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 규모가 281조원대이지만 CSM 규모는 10조원대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지난해 말 8000억원 수준의 하락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초 계획했던 사업비율, 사망률 감소 등 계리적 항목이 예상했던 것과 차이가 발생해 가정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규모가 커 IFRS17 도입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7조704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4조9543억원으로 2.5% 올랐다.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60.9%에 달해 CSM 규모 확보에 불리한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41.3%이며 한화생명 44.6%, 신한라이프 26.5%다. 교보생명은 이들 3개사에 비해 저축성보험 비중이 크다.
다만 CSM을 기준으로 실적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사마다 유리한 기준을 적용해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각 사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현 시점에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사마다 IFRS17 적용 기준 실적을 내놨는데, 보험사마다 적용하는 계리적 가정이 상이해 신뢰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현재 발표되고 있는 CSM 규모로 보험사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은 수치 점검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초가정이 적정하게 산출됐는지 점검하고 개선해 CSM이 비교 가능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새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IFRS17 하에서 CSM이 중요한 요소가 된 만큼 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