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2심 선고…IPO 걸림돌 털어낼까
내달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2심 선고공판
어피니티‧안진 풋옵션 행사 가격 공모 혐의
1심은 무죄…2심 판단 뒤집힐지 주목
분쟁 길어질수록 IPO 추진에는 악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교보생명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간의 풋옵션 분쟁 2심 선고가 다음달 3일로 연기된 가운데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다음달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피니티 관계자 2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 소속 회계사 3명 등 5명에 대한 2심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2심 선고공판은 2월 1일로 예정됐으나 이틀 연기됐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다. 당시 계약 조건에는 교보생명이 3년 내 증시 상장에 실패할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상장은 계속 지연됐고,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안진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임하고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 측이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한 풋옵션 행사가격은 매입원가보다 높은 40만9000원이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풋옵션이 행사되는 경우 어피니티와 신 회장이 감정평가기관 1곳을 각각 선임해 30일 이내에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양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 차이가 10% 미만일 경우에는 그 평균이 풋옵션 가격이 되고, 10% 이상일 경우에는 어피니티 측이 선정한 세 곳의 감정평가기관 가운데 신 회장이 한 곳을 선택해 그 가치평가 보고서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았다. 양측이 계약을 맺었던 2012년 당시 자본시장법과 옵션부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위배되고,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어피니티는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40만9000원이나 어떠한 가격에도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또 ICC는 신 회장이 풋옵션 조항을 이행했더라면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 회장이 패소 당사자임을 인정하고 어피니티의 중재비용 전부와 변호사 비용 50%를 부담하라고 판정했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이행 의무가 있다는 것은 원론적인 판단일 뿐, 어떠한 가격에도 주식을 되사거나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교보생명은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임직원들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부적절하게 공모했다며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어피니티 임직원 2명과 안진 소속 회계사 3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기소된 어피니티 임직원 2명과 안진 소속 회계사 3명 모두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가격 산정에 어피니티에 유리한 방법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어피니티 임직원 2명과 안진 소속 회계사 3명에 대해 최고 징역 1년 6개월과 1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어피니티가 안진 측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필요한 자료 정보, 수시 산정한 결과값을 공유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2심 선고에는 피고인들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정황이 담긴 이메일 244건의 증거력 인정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뒤집는다면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반면 1심 판단이 유지된다면 신 회장의 소송리스크가 지속되고,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교보생명 IPO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어피니티와의 소송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교보생명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하려는 기업은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 사건이 없어야 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FI와 분쟁 이슈가 있는 만큼 IPO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2심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갈리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분쟁을 지속하는 것은 IPO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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