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 심사 지연시킨 공정위 논리 타당성 있나
EU 포함 해외 7개 경쟁국 모두 승인한 기업 결합을 공정위만 경쟁 제한 이유 들며 반대
방산 전문가, 공정위 문제 제기 타당성 떨어지고 경쟁력 가지려면 대형화·통합화 필요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DSME)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경쟁국들의 신속한 승인에 비해 국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것에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한화그룹은 15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성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기업 결합 심사를 마치지 않아 최초 예정된 계획대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구축함, 군수지원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미 여타 방산부문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한화그룹과 M&A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Synergy) 효과가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 승인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경쟁국들인 튀르키예,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정부가 승인한 데 이어, 당초 이달 18일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31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비해, 공정위 측은 지난해 12월 19일 양사의 기업 결합 심사에 착수했는데, 군함용 무기 및 설비에서 함정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민수산업과 달리 수직계열화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나 설비는 대부분 정부 규격품이어서 다른 방산업체와 거래를 중단할 수 없다. 따라서 대다수 방산 전문가들은 국내 방위산업 특수성과 더불어 획득체계, 세부절차 및 기준, 현장 실무, 함정업계 역학관계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수반돼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애당초 독과점 구조로 시작해 현재도 마찬가지”라며 “방위산업 고유의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우려하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주로 참여하는 잠수함과 대형함정 건조는 함대 구성을 위해 한정된 도크(Dock)에서 장기간 건조할 수밖에 없어 불특정 다수가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현대중공업과 서로 번갈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위가 문제 삼을만한 부분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공정위의 입장과 의견은 장비업체가 체계업체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이는데, 함정과 함정 탑재 무기체계는 별도 연구개발 절차를 밟으면서 관련 기술과 가격에 대해 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관리가 이루어져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해외는 영국의 BAE Systems, 미국의 HII와 GD, 스페인의 Navantia 등 국가별 1∼2개 업체로 이미 통합 및 수직계열화돼 있고, 국내도 현대자동차, SK, CJ 등은 대부분 원재료 가공에서부터 부품 및 완제품 생산, 심지어 물류 분야까지 수직계열화해 운영 중이다. 그래야만 원가 절감 및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특히, BAE Systems는 함정 건조 시 레이더, 어뢰, C4I 체계 등에 대해 이미 수직계열화돼 있다. 물론, 공정위가 제기하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당 감독기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부분으로 기업 결합 이후 발생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접근해 고려할 사안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논리라면 과거 한화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두산DST 인수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면서 “현재 국내 함정산업은 소규모 방산시장에서 4∼5개 업체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에 따른 만성적자와 선체 이외 핵심부품들의 기술 혁신 투자가 저조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중저가 연안경비정 수출에 머무르는 데다 이마저도 과도한 수주 경쟁이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다. 김종출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배 구조는 신속히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대 방산기업의 탄생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크지만, 국내 시장 중 함정 분야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수직계열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방산 경쟁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조직인 방위사업청은 이미 지난달 15일 방산업체 매매 ‘승인’ 의견을 보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M&A에 특별히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M&A하면 우주·지상·해상 분야 통합체계 구축으로 방위산업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첨단 군사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수소·암모니아의 생산-운송-발전 가치사슬 구축 효과까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준곤 탈레스 한국지사 국방사업 총괄 상무는 “그동안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회생 가능성이 없던 대우조선해양을 해외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에서 인수하려는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 “무한경쟁이 심화되는 해외 무기거래 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담보하며 초격차 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대형화 및 통합화가 필수적이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대다수 방산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이번 M&A에 공정위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방산을 일반 산업의 잣대로 보는 것은 양자역학을 일반 물리의 시각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초호황기에 접어든 K-방산 성장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정부의 전향적 지원과 차별화된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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