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3.31 05:00 ㅣ 수정 : 2023.03.31 05:00
KAI, 독자위성플랫폼 구축해 위성 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정조준 한화그룹, 우주 밸류체인과 우주 인터넷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 LIG넥스원,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로 위성 주도권 확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그룹, LIG넥스원 등 한국 방산업체가 독자 기술개발·정부사업 전담·기업인수 등 차별화 전략으로 우주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 기업은 그 어느 때 보다 뛰어난 수주 역량을 발휘해 수주 곳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방산업은 전세계 정세가 불안정할 때 호황을 맞이한다. 이는 한국 방산 기업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평화가 장기간 지속되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들은 외부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우주 사업이라는 신규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주사업은 크게 △위성 기술 △발사체 기술 △우주인터넷 사업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이들 방산업체들은 각사의 특장점과 경쟁력을 토대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 우주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이른바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마감하고 '뉴 스페이스(민간주도 우주 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KAI는 기존의 중형 위성 역량을 더욱 심화 발전시켜 독자위성플랫폼 기술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기술력. 한화시스템의 우주 인터넷 사업 등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 KAI, 독자위성플랫폼 기술로 6조5000억 규모 ‘위성 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공략
KAI는 향후 KAI를 이끌어갈 미래사업 6가지를 이달 중순 공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가운데 △독자위성플랫폼·위성서비스 △우주 탐사 모빌리티(이동수단) 및 활용 솔루션 등 우주사업 2가지가 미래사업에 포함됐다. 이 2가지 사업 부문은 모두 2050년까지 진행되는 초장기 프로젝트다.
우주 사업은 아직까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KAI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우주 관련 기술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협력해 2045년께 달 탐사, 화성 탐사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독자위성플랫폼·위성서비스 사업은 △위성사업 수행역량 강화 △위성개발 주관사업 확대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 진입·확장 순으로 진행된다. 위성사업 수행역량 강화에는 탑재체 기술 및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강화가 포함된다.
KAI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공동설계팀을 운영해 지난 2021년 3월 차세대중형위성(차중) 1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KAI는 오는 2024년까지 2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1단계 사업(차중 1·2호 발사)이 마무리 되면 2단계 사업(3·4·5호 발사)이 차례대로 추진될 예정이다. 2단계는 관련 표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임무에 따른 ‘탑재체’를 제작해 차세대중형위성 3기를 개발하고 발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은 기체를 우주 궤도로 올려 주는 '발사체', 여러 센서가 부착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탑재체'로 나뉜다.
2단계 사업은 우주과학검증, 광역농림상황 관측, 수자원 관측 임무를 맡게된다. 이 같은 기술 역량을 통해 KAI는 2026년부터 부가가치 서비스 사업화를 추진하고 2031년 위성 데이터(정보) 서비스와 같은 후속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주 분야 시장 조사·컨설팅 전문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위성정보 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25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50억달러(약 6조49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이 시장을 KAI가 선점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한화그룹, 우주산업 근간 발사체 기술개발과 우주인터넷 사업으로 미래 밝혀
한화그룹은 2021년 3월 우주산업 지휘 조직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해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스페이스허브는 (주)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으로 이뤄졌다.
한화 계열사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기술을 책임져 한국 우주산업의 근간을 강화하고 있고 한화시스템은 영국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우주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 같은 성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여러 우주·항공 기업과 협력해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총 1조9572억원을 투입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누리호에서 300t급 추력을 갖춘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개,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개, 3단은 7t급 액체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 같은 장비를 활용해 인공위성을 600∼800㎞인 지구 저궤도(LEO)로 운송하는 것이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역할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향후 한국형발사체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기업에 대한 총괄관리를 담당한다. 또한 4차례로 예정된 누리호 발사(2023·2024·2026·2027년)에 참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발사, 운용 등 관련기술을 이전 받는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국비 6873억원이 투입돼 진행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국가 핵심사업을 책임지면서 우주수송 서비스부터 다양한 위성 활용 서비스, 우주탐사에 이르는 우주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 산업의 근간을 책임진다면 한화시스템은 보다 일반소비자들과 가까운 우주인터넷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인터넷은 전세계 어디서나 안정적인 초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1년 영국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해 우주 인터넷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원웹은 세계 최초로 우주인터넷용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린 기업이다. 현재 우주인터넷 상용화 관련 장비 ‘저궤도 위성’을 발사한 기업은 원웹과 미국 업체 스페이스X 단 두 곳이다. 즉 한화시스템이 우주인터넷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적의 업체와 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또 2020년 6월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솔루션(현 한화페이저)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우주인터넷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위성통신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위성 안테나 기업 카이메타(Kymeta)에 330억원을 투자해 전자식 휴대용 안테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원웹과의 협력, 한화페이저·카이메타 등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필요한 오지나 해상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미국 금융업체 모건스탠리는 우주인터넷 시장 규모가 오는 2040년 약 12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한화시스템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LIG넥스원, 한국 4차산업혁명 근간 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사업 추진
LIG넥스원은 KPS 사업을 추진해 한국 4차산업의 기반을 닦는다.
현재 독자적인 항법위성체계를 갖춘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국이 KPS를 구축하면 세계 7번째로 자체 항법위성체계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GPS의 오차는 최대 20m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정보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자율주행과 같은 4차산업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총 3조7000억원을 투입해 KPS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KPS 사업은 위성항법시스템(GPS) 오차를 센티미터(cm) 단위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LIG넥스원은 KPS 사업에 참여해 위성탑재체와 위성항법장비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관련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LIG넥스원은 KPS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2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독자 위성 개발에 2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수출과 데이터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우주개발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 위성항법시스템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이며 시장이 해마다 18.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을 확보해 한국이 더욱 강건한 기술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