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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처방일수' 보험업계-한의계 대립 격화…손보업계 "과잉진료 개선돼야"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3.28 07:16
ㅣ 수정 : 2023.03.28 07:16
국토부, 이달 30일 '교통사고 환자 1회 첩약 처방일수 축소' 심의
車보험 첩약 진료비, 2015년 1000억원→2022년 2800억원 3배 급증
한의계 "1회 처방일수 현행 10일서 축소 안 돼…진료받을 권리 침해"
손보업계 "2013년 이미 합의된 사안이나 한의계 일방적 반대로 지연"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방 과잉진료 문제를 두고 보험업계와 한의계의 대립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가 교통사고 환자의 1회 첩약 처방 일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심의하기로 하면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이하 자보 분심위)를 열고 교통사고 환자의 1회 첩약 처방일수를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을 심의한다.
첩약 처방일수 축소는 수가가 명확하지 않은 한방 치료로 인해 과잉진료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한의계는 국토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달 24일 성명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느닷없이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인다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내용과 이를 결정할 자보 분심위를 30일 개최하니 참석하라고 이달 23일에서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계는 교통사고 환자가 부상 회복 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동차보험의 취지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사가 처방하는 1회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더 이상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주장해왔다"며 "이는 학술적‧임상적 견해를 참고해 결정한 것이며, 보건복지부 역시 건강보험 첩약 시범사업의 1회 처방일수를 10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첩약 1회 처방일수에 대한 증감을 논의한다면 당연히 충분한 검토를 거친 의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며 "국토부는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한 채 보험사의 배를 불리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보업계는 한의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손해보험협회는 전일 '한방 진료수가 개선에 대한 손해보험업계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한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정부를 협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손보협회는 "첩약 처방일수와 관련해 2013녀 1월 첩약수가 41.4% 인상 이후 전문가 그룹 회의 등 논의를 거쳐 이미 2013년 11월 자보 분심위에서 합의된 사항이지만 한의계의 일방적인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20~2021년 분심위 안건 논의, 2021~2022년 한의학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 2022~2023년 국토부 주관 한의‧보험업계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계는 건강보험 첩약 시범사업에서 1회 처방일수는 10일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나 시범사업 사실 내용은 5일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기준과 10일분 수가기준이 각각 마련돼 선택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시범사업은 무조건 1회 10일분 처방이 기본인 것처럼 왜곡‧호도해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양방진료비는 2015년 약 1조2000억원에서 2022년 약 1조500억원으로 12.5% 감소한 반면 한방진료비는 같은 기간 약 3600억원에서 약 1조5000억원으로 317% 폭증했다. 또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원에서 2022년 약 28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손보협회는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무조건적인 1회 10일 처방으로 인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전국민에 해당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귀결될 뿐 아니라, 첩약의 과도한 처방과 남용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한의계에 대한 불신만 증가하는 만큼 시급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자동차사고 보험금도 2021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했다.
보험업계는 최근 수 년간 경상환자의 한방 과잉 진료가 늘어나면서 자동차사고 보험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연도별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보면 2021년 기준 총 2조3916억원 가운데 한방진료비는 1조3066억원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방 과잉진료로 보험금 누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의계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는 제도개선이 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자동차보험 양방진료비는 감소했는데 한방진료비는 폭증했다"면서 "과잉진료는 보험금 누수뿐 아니라 한의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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