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에스엠과 ‘비욘드 코리아’ 가속 페달 밟는다

이화연 기자 입력 : 2023.03.17 05:00 ㅣ 수정 : 2023.03.17 05:00

보아·NCT·에스파 소속사 에스엠, 카카오 품에 안겨
방시혁의 하이브와 ‘쩐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
카카오엔터 IPO 기대감↑…K팝 넘어 IT와 IP 시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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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에스엠 인수에 성공하며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사진)이 선언한 '비욘드 코리아' 비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사진편집=뉴스투데이 이화연 기자]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카카오가 국내 1세대 엔터테인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를 품에 안고 '글로벌 K컬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에스엠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벌인 ‘쩐의 전쟁’에서 최근 승리했다. 출혈 경쟁을 의식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됐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한발 물러나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카카오는 스토리, 영상 콘텐츠에 이어 케이팝까지 콘텐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폭넓게 강화하게 됐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강조한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전에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전망이다.

 

비욘드 코리아는 카카오가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담은 것이다. 이에 따라 비욘드 코리아의 핵심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하이브 주당 12만원 vs. 에스엠 주당 15만원 “쩐의 전쟁”

 

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전에 불이 붙은 시점은 약 한달 전이다. 지난 2020년 취임한 이성수·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는 애초 회사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이수만 전(前) 총괄 프로듀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에스엠과 이수만 전 프로듀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불공정계약이 있었다며 총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라이크기획이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자문과 프로듀싱 명목으로 에스엠으로부터 연간 정산대상 매출액의 6%를 로열티로 지급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2021년 기준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챙긴 금액은 240억원에 이른다.

 

결국 에스엠은 지난해 말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했다. 지난 2월 3일에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 영향력을 배제하는 ‘SM 3.0’ 비전을 발표했다. 에스엠은 이어 7일 당사 지분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9.05%의 지분을 확보해 에스엠 2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크게 반발해 이튿날인 지난달 8일 에스엠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지분 14.8% 전량을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했다. 하이브도 노를 저었다. 지난달 10일 공개매수(1주당 12만원)를 통해 3월 1일까지 최대 25.0%까지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원이 이달 3일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이브는 목표로 잡은 지분 25% 확보에 실패했다. 에스엠 주가가 이미 하이브 공개매수 단가 12만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에스엠 지분은 0.98%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합쳐 총 15.78%에 불과했다.

 

이에 카카오는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1주당 15만원에 에스엠 소액주주로부터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파격 선언했다. 공개매수 대상은 전체 에스엠 발행주식총수의 약 35.0%에 해당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기존에 보유한 4.9%를 더해 총 39.9%를 확보하게 된다. 총 매수 대금은 1조2500억원이다.

 

카카오엔터가 지난 1월 1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증을 통해 싱가포르투자청(GIC)와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한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했다.

 

카카오는 “에스엠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공개매수 이유를 설명했다.

 

시장은 공개매수 빅딜에 또 다시 요동쳤다. 지난 8일 에스엠 주가는 카카오가 제시한 15만원보다 높은 16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쩐의 전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수전에서 승리해도 막대한 비용을 치뤄야 하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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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대표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가 에스엠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에 맞춰 춤 추는 모습 [사진=카카오프렌즈 유튜브]

 

■ 카카오엔터 IPO 가시화…카카오, 글로벌 K컬처 기업으로 ‘점프 업’

 

카카오와 하이브는 결국 지난 10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3일째인 12일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하이브는 인수 포기 이유로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며 인수 적정가를 넘어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지분 14.8%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미지수다.

 

카카오는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마무리 해 추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재 에스엠에는 NCT, 에스파, 레드벨벳 등 인기 아이돌이 대거 포진돼있으며 카카오엔터 산하에는 스타쉽, 안테나, 이담, IST 등 다양한 레이블(기획사)이 존재한다.

 

카카오는 “에스엠에 대한 자율적·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겠다”며 “2013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스타쉽은 고유의 음악 색깔과 장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최근 걸그룹 ‘아이브’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에스엠을 합하면 연간 음반판매량 2500만장, 공연모객수 250만명 이상의 초거대 엔터사가 또 하나 탄생한다”며 “이는 1위 엔터사 하이브에 근접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는 음악 레이블 외에 영화사월광, 사나이픽처스, 크로스픽쳐스 등 영상 콘텐츠 제작사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멜론(음악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스토리) 등 엔터테인먼트 전 영역에 걸쳐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역량을 에스엠 지식재산권(IP)과 결합해 새로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창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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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메이브: 또 다른 세계' [사진=넷마블]

 

특히 웹툰·웹소설 사업이 가장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에스엠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신작 공개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네이버가 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를 모티브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인 점을 들 수 있다.

 

카카오엔터도 최근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이하 메타버스엔터)에서 제작한 메타버스 걸그룹 ‘메이브’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 ‘메이: 또 다른 세계’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엔터는 메타버스엔터의 전략적 투자자이자 메이브 매니지먼트에 힘을 보탠 바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에스엠 인수는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지난해 3월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낙점하고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먹거리가 내수에 치우쳐있다는 지적에서 탈피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에스엠 해외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카카오 해외매출 비중 목표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시너지 효과로 계열사 카카오엔터 기업가치를 높여 기업공개(IPO)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 상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카카오엔터는 올해 초 1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에스엠 인수를 통해 밸류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에스엠은 해외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만큼 카카오가 목표로 내세운 3년 내 해외매출 비중 30%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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