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현대차·HD현대·현대글로비스 등 '중후장대 기업', 주주친화에 가속페달 밟는 속사정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3.03 05:00 ㅣ 수정 : 2023.03.05 11:49
현대차, 3가지 주주친화 정책 동시 추진... 투명한 시장 문화에 앞장 HD현대, 당기순이익 감소 악재에도 주주환원 정책에 가속페달 현대글로비스, 오는 2024년까지 파격적인 배당 상향 계획 밝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글로비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후장대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진과 주주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대외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한국 주식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그동안 고배당 정책을 펼친 기업은 은행, 보험 등 주로 금융 관련 기업이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결국 기간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 개미투자자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후장대 기업들도 이를 신경쓰는 분위기다.
■ 현대차, 배당금 상향·선 배당금 설정·자사주소각 등 주주친화 가속
한국 대표 완성차 기업 현대차는 주주친화적 배당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배당으로 중간배당 1000원과 결산배당 6000원을 포함해 주당배당금(DPS) 7000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중간배당 1000원과 결산배당 4000원을 포함한 총 5000원의 배당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해 무려 40% 상승한 숫자다.
주당 배당금이 40% 증가했다는 것은 회사가 지급하는 총 배당금액 또한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뜻한다. 현대차는 2021년 배당금으로 약 1조400억원을 지급했으며 2022년 배당금으로 1조57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당금 지금 만으로 1조원 대가 넘는 현금 유출이 발생한다. 그런 데 현대차가 이 같은 대규모 배당금 지급에 선뜻 나서는 것은 그만큼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20년 9조8620억원을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현금성 자산은 2021년말 12조7955억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차는 2022년 매출(142조5275억원)과 영업이익(9조8198억원)이 2021년 매출(117조6106억원)과 영업이익(6조6789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나 지난해 현금성 자산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차는 올해부터 보다 투명한 배당금을 산정하기 위해 ‘선(先) 배당금 규모 설정, 후(後) 배당금 지급 확정’이라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방식은 미국, 영국 등 증시 선진국에서 도입한 배당 정책이다. 배당 제도가 마뀌면 투자자들은 현대차 배당금 규모를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지수’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자회사 MSCI가 관리하는 ‘MSCI 지수’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불투명한 배당제도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SCI 지수는 주식시장 발전 단계에 따라 선진 시장(DM), 신흥 시장(EM), 프론티어 시장(FM)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한국 시장은 현재 EM에 편입돼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는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책 ‘선 배당금 규모 설정, 후 배당금지급’ 정책을 도입해 한국 금융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데 앞장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4년 만에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현대차는 2001년, 2004년, 2018년에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고 유통주식 수만 감소해 사실상 주가 부양효과가 가져오는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이처럼 4년 만에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영업이익이 최근 3년 새 큰 폭으로 성장해 기업의 재무적 역량이 과거보다 탄탄해 졌기 때문이다. 기업 역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주당순이익(EPS, 주식 한 주가 1년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 5144원, 2020년 1만7846원, 2022년 2만5836원(추정)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업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해 과거에 비해 더 공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유중인 자사주 가운데 발행주식수 1%(315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각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진행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HD현대, 당기순이익 감소했지만 배당성향 70% 이상 정책 유지
HD현대는 1주당 3700원 수준의 결산배당을 해마다 실시하고 이를 통해 배당성향 70%를 유지하겠다고 지난해 4월 밝혔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총 배당금을 나눈 후 100을 곱한 값을 뜻한다. 즉 HD현대는 기업이 벌어들인 실질 이익의 7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괄목할 만한 배당 계획 발표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업은 글로벌 경제 및 철강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들쭉날쭉하다.
이 같은 요인 때문에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하고 기업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지난 2021년 중간배당 주당 1850원과 결산배당 3700원을 더해 보통주 1주당 5550원, 총 3922억원을 배당했다.
이와 함께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2021년 5021억원, 2022년 223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2021년 배당성향 78.1%에 이어 지난해 배당성향이 144.9%를 기록한 가운데 해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7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고수했다.
HD현대가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주주친화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도 주주친화적 배당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글로비스, 중장기 배당 대폭 확대 마스터 플랜 내놔
화물운송 전문업체 현대글로비스는 배당금을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해마다 5~50% 상향하겠다고 올해초 밝혔다.
이 같은 ‘주주환원 중장기 배당정책’에 따라 지난해 결산배당은 주당 5700원 수준으로 통과됐다. 이는 2021년 결산배당 3800원에서 50% 늘어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액이 △2020년 16조5199억원 △2021년 21조7796억원 △2022년 26조9819억원, 영업이익이 △2020년 6622억원 △2021년 1조1262억원 △2022년 1조7985억원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게다가 대다수 해운사들은 SCFI 컨테이너 운임지수, BDI 벌크운임지수 하락으로 실적 하락을 앞두고 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PCTC)을 활용한 영업을 펼쳐 올해에도 탄탄한 성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매출 27조7870억원, 영업이익 1조82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양호한 실적 및 안정적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위해 배당금 상향을 진행한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