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 1조원 규모 'G-펀드' 추진...스타트업 혹한기에 마중물 된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 AR(증강현실)글래스를 개발하는 레티널(LetinAR)은 창업 8년 차에 접어든 국내 스타트업이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3’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핀틸트(PINTILT)’ 기술을 선보여 각광을 받은 바 있다.
레티널은 창업 초기인 지난 2017년과 2018년도에 경기도 G-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협약상 투자금액은 비공개지만, 창업 초기 사업성을 알아봐 주고 투자를 유치해 준 G-펀드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23일 성남 판교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경기도 G-펀드 비전선포식' 현장에서 만난 레티널 관계자는 “창업 초창기의 스타트업에겐 5억의 투자금도 후반기 기업의 100억, 200억 투자금에 맞먹는 규모다”라며 “특히 기술기업의 경우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매출이 전혀 나지 않아 이런 투자금은 소중한 마중물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재혁 레티널 CEO는 “작년부터 경기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지금도 뉴스를 보면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고사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G-펀드와 같은 펀드들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에겐 경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023년은 스타트업에겐 혹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시경제 상황의 급격한 악화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비전과 사업성을 지녔지만, 자금난을 겪다 사업 자체가 고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7~12월) 스타트업 시장에 몰린 돈은 3조775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조2184억원)과 비교해 47.7% 감소했다.
이런 스타트업 혹한기에 경기도가 ‘스타트업 천국 경기도’를 목표로 1조원 규모의 G-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임기 내 100조원 투자유치 선언에 이은 G-펀드 비전 선포는 ‘투자유치’와 ‘투자제공’이라는 경기도 경제성장의 양 날개가 될 전망이다.
■ 23일 성남 판교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경기도 G-펀드 비전선포 및 협약식’ 개최..."경제 역동성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 다할 것"
김동연 지사는 23일 성남 판교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창업라운지에서 강성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신현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신진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과 ‘경기도 G-펀드 비전선포 및 협약식’을 열었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는 기회의 땅이다. 이곳에서 여러분이 마음껏 (기업활동)하셨으면 좋겠다. 가능한 부분에서 경기도가 함께하고 여러분을 뒷받침하겠다.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간섭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하고 싶은 대로 하시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경제 어려움 때문에 약속했던 투자를 많이 거둬들이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 경기도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G-펀드는 그래야 한다. 그래서 여러분께 창업할 수 있는 기회,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회 등 많은 기회를 드리겠다”며 “이와 함께 상생과 포용을 원칙으로 안전하고 촘촘한 사회망을 만들어 고른 기회가 주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매직새싹에 물 조리개로 물을 뿌려 기업 투자의 새싹을 키우는 세리머니로 비전을 선포한 뒤 협약식을 진행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은 2026년까지 1조 원 규모의 경기도 G-펀드 조성을 통한 경기도 내 투자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성장 지원을 위해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및 참여 홍보 △투자기업의 기술개발, 판로확대, 경영지원 등 성장 지원 △도내 투자생태계 확산을 위한 정보공유, 네트워크 확대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1조 원 대 G-펀드 조성은 김동연 지사의 공약사항으로, 편드 조성 계획은 다음과 같다.
경기도는 1999년부터 2022년 12월 말까지 총 21개 펀드 6712억 원을 조성했으며, 청산된 펀드를 제외하고 현재 남은 것은 기술독립·탄소중립·디지털전환 등 11개 펀드(정책펀드 9개·모펀드 2개) 4702억 원을 운용 중이다. 4702억 원 가운데 2026년까지 청산될 예정인 펀드 자금은 1037억 원으로 도는 이를 제외하고 2026년이면 3665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게 된다.
따라서 도는 올해부터 매년 200억 원 이상을 출자, 2026년까지 총 980억 원을 출자해 최소 6700억 원 규모의 펀드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980억 원 이외에 나머지 자금은 민간출자자금 등을 통해 조달된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은 스타트업 펀드, 탄소중립 펀드, 경기북부균형발전 펀드 등으로 구분돼 투자될 예정이다.
이처럼 도는 2026년까지 운용될 예정인 기존 3665억 원 규모의 펀드와 새롭게 조성할 최소 6700억 원을 더해 1조 원 이상의 G-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해 2월 기존 정책펀드에 ‘모펀드’를 추가 조성하는 G-펀드 운용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경기도형 모펀드’는 1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는 정책펀드와 달리, 기존 정책펀드의 정산 회수금을 투자기금으로 적립해 안정적으로 출자와 운용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6년까지 운용될 예정인 기존 3665억 원 규모의 펀드는 청산 시 모펀드에 적립돼 계속 장기 운용되면서 미래·기반 산업 분야에 투자를 하게 된다.
67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위해 출자되는 올해 경기도의 투자자금은 200억 원으로 지난해 110억 원에 비해 82% 확대됐다. 도는 2026년 300억 원까지 매년 출자 규모를 늘려 투자 규모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운용 모태펀드가 2022년 5200억 원에서 2023년 3135억 원으로 40% 감축된 것과 상반되는 행보로 김 지사의 투자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투자 확대 의지와 도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실적, 경제전문가 ‘김동연 프리미엄’이 합쳐지면서 도는 민선8기 출범 6개월 만에 1710억 원의 규모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특히 탄소중립펀드 1호는 목표액 300억 원을 3.4배 웃도는 1030억 원을 결성했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초소형 프린터와 즉석 문신기계, 스마트 글래스 등 G펀드 투자를 받아서 개발한 제품들을 직접 시연해보며 창업가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김 지사는 “얼마 전 도정연설하면서 100조 투자를 얘기했다. 작년 하반기 중에만 5조 정도의 해외투자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다. 반도체, 바이오, 정보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산업을 통해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하겠다”며 “전통 제조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특히 경기북부의 특성에 맞는 기업과 산업의 육성을 통해서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와 성장의 기관차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