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화그룹 김승연 호(號), 조선업 수직계열화로 HD현대 추격 나선다
대우조선해양·HSD엔진·STX중공업 인수 후 수익창출 기대 커져
인수 3개사 기자재 역량 확보로 비용 최소화·미래 먹거리 모두 거머줘
미래 친환경 엔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도 본격 나서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조선해양 긴장해'
김승연 회장(71·사진)이 이끄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HSD엔진, STX중공업 인수전(戰)에 뛰어들어 조선업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조선업 강자 한국조선해양 추격에 나선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그동안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HSD엔진, STX중공업을 모두 인수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은 사업 영토 확장과 함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를 손에 넣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은 대우조선해양, HSD엔진, STX중공업 등 3개 업체가 모두 흑자경영을 펼쳐 수익이 극대화됐고 △조선업종의 주요 분야를 모두 확보할 수 있어 조선업 1위 한국조선해양 사업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HSD엔진을 인수하면 기존 사업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 엔진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사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해 3분기까지 HSD엔진 인수도 끝낼 계획이다.
STX중공업 인수는 오는 3월 2일 본 입찰을 앞두고 있다.
STX중공업 매각주간사 삼정KPMG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를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이 지분에 관심을 표명하는 업체는 한화그룹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 사모펀드운용사 등 3곳으로 알려졌다.
■ 한화, 실적 상승세 기업 인수로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3개사를 비롯해 많은 기자재 업체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2021년 1764만CGT, 지난해 1559만CGT를 수주해 역대급 신조선 건조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 CGT는 수주 물량에 부가가치를 반영한 단위 값을 뜻한다.
이 같은 대규모 수주는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어났고 친환경 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가 주목받으면서 LNG운반선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신조선 발주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며 한국 조선업계는 이에 따른 수혜를 받게 됐다.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려면 약 2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올해는 2021년 대규모로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매출을 확보하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조선 3사가 올해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간파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쳐 대우조선해양의 흑자전환이라는 결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190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영업손실액 1조7547억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줄어든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 11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HSD엔진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5억원을 달성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HSD엔진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23억원을 일궈낸 것으로 보인다. HSD엔진은 선박에 장착하는 디젤 엔진과 듀얼퓨엘(이중연료·DF) 엔진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해양환경 보호에 필요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IMO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듀얼퓨엘 엔진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업계 트렌드에 따라 HSD엔진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조4741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달성해 2021년 동기(1∼3분기) 누계수주 9290억원, 2020년 동기 누계수주 385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HSD엔진이 해마다 신규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심장과 같은 조선 기자재산업은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라며 "이에 따라 기자재산업은 한번 흑자로 돌아서면 수년간 흑자가 이어지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HSD엔진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혜택은 한화그룹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젤 엔진 및 듀얼퓨엘 엔진 제조업체 STX중공업도 지난해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해 2021년 영업손실 109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올해안에 이들 3개 업체 인수합병(M&A)을 끝내면 한화그룹은 초기 인수 대금을 지급한 후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하게 된다.
■ 한화그룹, '넘버원 조선사 벤치마킹'과 3개사 인수 따른 시너지 효과 기대
한국조선해양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조선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의 저력은 선박 제조 기술력 외에 대다수 기자재 부품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는 건조되는 선박의 엔진 제작과 공급을 하고 있으며 현대힘스는 조선기자재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전세계 곳곳에서 선사가 요구하는 부품을 공급하며 한국조선해양이 인도한 선박의 사후 서비스(A/S)를 담당하고 있고 HD현대 사내벤처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 중이다.
즉 HD현대의 사업 대부분이 한국조선해양을 주축으로 이뤄져 있고 이는 한국조선해양이 업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함께 HSD엔진, STX중공업 인수를 함께 추진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조선사업을 담당한 업력이 없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조선 기자재 업체들과의 접점이 많다고 볼 수 없어 대우조선해양의 선박건조가 진행되면 기자재 확보를 위한 지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HSD엔진과 STX중공업을 인수하면 이와 같은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HSD엔진과 STX중공업은 모두 엔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STX중공업은 밸브, 베어링, 파이프 등 각종 부품 역량도 갖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두 회사 인수를 추진해 향후 선박 건조 때 발생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은 엔진 관련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임팩트와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할 방침이다.
한화임팩트는 암모니아, LNG 관련 기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21년 자회사 한화H2에너지 USA를 통해 미국 에너지 기업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를 인수해 수소혼소(수소와 LNG를 연료로 사용해 발전기를 가동하는 방식)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임팩트 관계자는 “PSM 기술력과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개발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화그룹은 HSD엔진,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선박 기자재 관련 비용을 매출로 바꾸고 이와 함께 미래 친환경 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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