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에 돌아온 '빚투족'…일부 증권사는 이율 인하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자 시장을 떠났던 '빚투족(빚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융자 금리를 낮추면서 되돌아오는 투자자들을 붙잡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거래 융자 총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17조189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달 31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7조원을 넘겼다. 지난달 5일 15조원대까지 줄어들었던 잔액은 이후 반등을 이어가며 한 달 만에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액수를 말한다. 신용융자는 상환 기한이 있어 일반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던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경기 연착륙 가능성도 거론되며 지수가 반등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단타 거래가 늘어나자 지난해 말 1762억원까지 줄어들었던 위탁매매 미수금도 전일 기준 2034억원까지 늘어났다. 위탁매매 미수금이란 투자자들이 미수거래를 한 이후 결제일(만기)인 3거래일째까지 증권사에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초 주요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이율을 최대 10%대까지 올리며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일 기준 29개 증권사 평균 신용거래융자(90일 초과) 금리는 연 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대 시중 은행(KB·신한·하나·우리) 신용대출 금리가 연 5∼6%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최근까진 증권사들이 연이어 신용융자 이율을 인상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올해 들어 증권업계 최초로 신용융자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기존 9.9%에서 0.4%포인트 내린 9.5%로 결정했다. 변경되는 이자율은 결제일 기준 오는 28일, 체결일 기준 오는 24일 신규 매수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증시 및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 판단했다"며 "고객 금융 부담을 줄이고 금융투자를 활성화시키고자 이자율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신용공여 금리 인하와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의 예대마진 장사에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이율을 줄줄이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시 호조에 개미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강해졌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 상승세가 향후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단기적인 조정장이 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감이 증폭됐지만, 잠시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접어들어 기존에 비해 상승 탄력이 다소 둔화된 모습"이라며 "기술적 부담과 동시에 방향성 측면의 모멘텀이 다소 소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