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정기예금···은행들, 못 올리나 안 올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12월 연 5%대 기록 이후 하락 전환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인 연 3.50%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령과 채권 시장 안정화 등이 정기예금 금리 상승을 막고 있다.
1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1년 만기 적용 금리는 연 3.48%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역시 연 3.50%까지 내려갔다.
또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연 3.60%, 우리은행의 ‘WON 플러스예금’은 연 3.62%를 각각 형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은 연 4.15%를 제공하지만 신규 고객에만 우대금리를 얹어 적용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연 5%대 초중반까지 치솟은 뒤 연초부터 하락 전환했다. 특히 올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인상했음에도 정기예금 금리는 이에 역행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내린 ‘금리 인상 자제령’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말 은행들의 급격한 정기예금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니, 시장금리 안정화 차원에서 금리 경쟁에 나서지 말라는 설명이다.
실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해 10월 3.98%에서 11월 4.34%로 치솟았다. 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조달 비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여전히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잔존해 있고, 제한적이었던 은행채 발행도 재개되고 있으니 무리해서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굳이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채권 시장 불안정으로 은행채를 막아버렸고, 이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정기예금을 모아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했다. 자금 조달 여력이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보다 낮은 정기예금이 늘어나고, 장기화될 경우 고개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은행권이 금리 상승 수혜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걸 고려하면 ‘이자 장사’ 비판도 불가피하다.
이달 23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경우 은행권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시장금리 인상분을 상품을 반영하지 않으면 정기예금 금리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깎으며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2월 기준금리 인상분은 (정기예금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