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에 발목 잡힌 일본 경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취업정보회사 디스코(ディスコ)는 2024년 봄에 졸업예정인 올해 대학교 4학년생들의 내정률이 1월 1일 시점으로 1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채용스케쥴이 변경되었던 2016년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10%를 넘겼고 전년 동월인 2022년 1월에 비해서도 1.4포인트 늘어나며 조기채용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 입장에서 보면 결코 웃을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다. 단순히 기업들의 채용열기가 달아오르기 때문에 인재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가속되며 전체 취업자 수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는 탓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달 31일에 발표한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평균 취업자 수는 6723만 명으로 2021년에 비해 10만 명 줄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27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수를 시기별로 보면 코로나 영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2019년 12월에 6780만 명을 넘겼던 취업자는 코로나로 첫 긴급사태가 선언되었던 2020년 4월에는 6664만 명을 기록하며 단 4개월 사이에 116만 명이나 급감했다.
두 번째 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11월에는 6739만 명까지 회복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는 듯 했지만 이후에도 감염이 확산될 때마다 등락을 거듭하였고 현재까지도 코로나 이전 수준은 회복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업무 정상화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객을 다시 받아들이면서 모처럼 문전성시를 이루기까지 하는 숙박과 외식서비스업계의 취업자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40만 명이나 적은 381만 명에 불과해 관련 기업들은 점포 확장을 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처럼 노동력이 회복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인구감소인데 작년의 15세 이상 인구는 2019년에 비해 74만 명이나 감소했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퇴직한 고령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었지만 고령자에게 상대적으로 치명적인 코로나의 유행으로 그마저도 단절되다시피 했다.
SMBC닛코증권(日興証券)은 ‘취업자 수 증가의 견인 역할이었던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코로나 이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가 코로나를 벗어나 정상화를 향할수록 인력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인력수요가 IT와 같은 특정분야로 집중되지만 그만큼의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미 종업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운 도쿄의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야라쿠(八楽)의 인사담당자는 ‘업무에 필수적인 영어능력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일본 안에서만 확보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한 가전양판점의 채용담당자 역시 ‘IT쪽 인재채용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존 임금체계로는 조건에 맞는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 돈 60조 원이 넘는 돈을 코로나 기간 동안 종업원 휴업수당으로 쏟아 부으며 실업률 상승을 억제한 일본 정부의 정책부작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종업원 휴업수당이 실업자를 줄이는 사회안전망으로서는 기능했지만 반대로 수요가 증가하는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노동력이 이동하는 것을 저해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령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일본 취업시장에서 이제 기댈 곳은 여성뿐이다. 실제로 여성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의료 및 복지 분야의 취업자 수는 작년 기준으로 908만 명을 기록해 코로나 이전보다도 오히려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업계를 통틀어서도 여성 취업자 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400만 명 늘어난 3024만 명으로 확인되어 조사를 시작한 1953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남성의 3699만 명에 꽤나 근접한 수치인데 이제 일본도 본격적인 맞벌이 사회가 시작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