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 vs. 태광산업, 쟁점 무엇...주총 시즌 행동주의펀드 '목소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펀드들의 공격대상이 된 기업들은 배당 확대 등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태세를 보이면서도 일부 제안에 대해선 불가 입장을 보여 양측 충돌까지 예상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를 전개 중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태광산업(003240)과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2대 주주다. BYC(001460)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벌여온 트러스톤이 이번엔 태광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최근 트러스톤은 이사회가 현행 상법을 위배해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소액주주 보호장치인 분리선출제도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2021년 이미 분리선출제도로 선임한 감사위원이 있음에도 지난해 분리선출제도로 감사위원을 추가 선임한 것을 문제삼았다.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이사회 구성에 법적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분리선출제도는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는 3%룰(대주주의 지분율을 3%로 제한하는 룰)을 적용해 일반 사외이사와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로 소액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020년에 도입했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에 따라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은 1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한 것은 올해 소액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태광산업은 2021년에 분리선출로 선임된 감사위원의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된다. 이 자리에 소액주주들이 올해 주총에서 분리선출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태광산업 이사회가 지난해 분리선출로 감사위원을 미리 선임했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실제로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분리선출 요구를 이미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에 대해 어디까지나 소액주주의 보호 취지로 봐야 한다며 반박했다. 해당 조항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수가 1명으로 제한돼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복수의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광산업은 뉴스투데이에 “실제로 감사위원 중 2명을 분리선출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를 두고 해당 조항을 악용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감사위원 1명을 초과해 분리선출하는 것이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 앞으로는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으로 제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취지는 감사 기능을 충실히 하고,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지만 상법 조항으로만 봐서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트러스톤 측에서 태광산업이 위법이라고 보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권한으로도 볼 수 있는 문제”라며 “트러스톤은 그들의 목적을 보면서 위법을 따진 건데 태광산업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결국 트러스톤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러스톤은 지난해 지분관계가 없던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를 저지했다.
트러스톤은 전일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20% 이상으로 상향 △3월 주총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조인식 전 국민연금CIO 직무대리 추천)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
트러스톤은 해당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조만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주주제안은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질 수 있다.
이밖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행동에 나선 엔터데인먼트사인 에스엠(041510)의 경우 카카오(035720)의 지분 인수로 경영권 분쟁이 예고됐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측이 현 카카오 경영진과 주총에서 현안에 대해 표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강성부의 KCGI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분 확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안다자산운용은 KT&G(933780)를 상대로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과 주주환원 확대, 사외이사 추천 등을 요구해왔으나 KT&G가 사실상 거부하면서 다음달 정기주주총회가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도 관심이다.
지난달 사모투자 운용사 MBK파트너스·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KT&G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며 "금융위원회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한국 증시의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