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현대차·크래프톤...실적 자신감에 주주 환영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자사주 소각 기업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증권가는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친화책으로 꼽히고 있으나,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해외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탓에 주주들은 기업들의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첫 주자로 현대차(005380)가 주주가치 증대와 주주 신뢰 향상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 3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중 발행 주식수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각했다. 총 3154억1545만원 규모다.
여기에다 지난해 9조5000억원(47%↑)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자, 증권사들은 현대차에 대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가장 높게 상향한 키움증권은 기존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9.5%를 높여 잡았다. 이어 삼성증권은 21만5000원에서 23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21만원에서 22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 22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배당정책을 지난해와 동등한 수준 이상으로 제시해 배당 여력이 확인됐다”며 “자사주를 소각한 것도 주당순이익(EPS) 개선으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고 언급했다.
크래프톤(259960)도 자사주를 매입한 뒤에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3년에 걸쳐 시행된다. 올해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고, 2024년·2025년 취득한 자사주는 최소 60% 이상 소각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가는 일회성 요인이 아니라 매출 호조에 따른 호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 2022E FCF(잉여현금흐름)를 6939억원으로 전망하며 2023년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 예정이므로 약 2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기대해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이 부각받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록코리아(013030)는 99억3283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한다. 소각 주식수는 75만7182주며, 소각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382800)은 22억3300만원 규모 자기주식을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주식수는 보통주 13만4652주며, 소각 예정일은 오는 13일이다.
한국콜마홀딩스(024720)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최근 매입한 53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난 25일 모두 소각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달 10일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크릭홀딩스를 대상으로 발행한 RCPS(상환전환우선주) 111만6071주를 상환 후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이익 잉여금으로 RCPS를 상환해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2022년 3분기말 기준 51%였던 부채비율은 상환 후 45%로 낮아졌다. 한국콜마홀딩스 측은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000060)는 지난달 25일에 179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현재 진행 중인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에 따른 결정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의 소각으로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