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경기침체 속 맥도날드 호실적을 반길 수 없는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2.03 00:51 ㅣ 수정 : 2023.02.03 00:51

경기침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 음식값과 팁 부담 높은 고급식당 등 외식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값싸고 팁 부담이 없는 패스트푸드업체 많이 찾으면서 맥도날드 10분기 연속 호실적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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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맥도날드 식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작년 4분기에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4분기 59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월가가 예상했던 57억1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맥도날드는 주당순이익도 2.59달러를 기록하며 월가가 예상했던 추정치 2.45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체 순이익은 19억달러로 역시 시장 추정치였던 16억4000만달러를 3억6000만달러나 초과했다.

 

맥도날드는 결과적으로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한 4분기 실적을 내며 경기침체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맥도날드의 호실적은 경기침체에 짓눌린 소비자들이 외식비 등 식당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실적에서도 10개 분기 연속해서 매출이 증가했는데 유럽과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는 뉴욕증시에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제자리걸음에 그쳐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맥도날드는 263달러에 거래되면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작년말 가격에서 한 걸음도 앞서가지 못했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에서 보면 맥도날드의 호실적이 반갑지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소비자들이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 비싼 음식을 먹는데 지갑을 기꺼이 열지만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서면 햄버거 같은 상대적으로 값싼 패스트푸드를 찾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외식비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서 살거나, 미국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음식값에 평균 20% 안팎의 팁을 준다. 점심의 경우 15~18%, 저녁은 20~25% 상당의 팁을 식당종업원에게 주는게 불문율이다. 식당종업원들은 일반적인 시급이 아니라, 팁에 의존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시급이 2..5달러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인 가족이 제법 괜찮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경우 음식값이 200달러 나왔다면 팁으로만 40~50달러 정도가 나가기 때문에 음식값과 팁을 합치면 부담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반면 패스트푸드의 경우 특별히 팁을 주지는 않는다. 간혹 음식을 건네받을 때 카운터에 있는 팁박스에 1달러 정도 팁을 주기도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경기침체가 깊어지면 음식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팁 부담이 없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덕분에 패스트푸드업체들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시장은 당장은 인플레이션 공포와 금리인상 공포에서 벗어나는데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플레나 금리공포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안도감보다 이제는 경기침체를 더 걱정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등 주요국들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달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가 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자 미국이 본격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져든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미국 기업이 해고한 임시직 노동자는 11만800명에 달한다. 12월 한달에만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는 3만5000명으로 지난 2021년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빠지면 비용절감을 위해 비교적 해고가 용이한 임시직 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줄인다.

 

2007년초에도 미국에서 임시직 노동자가 대거 해고된 적이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그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침체가 확산되며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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