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에 '풍전등화' 중소형 증권사들…금감원 "성과급·배당 신중해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 업황 부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까지 겹친 중소형 증권사들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줄줄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이 성과급과 배당 등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증권은 2022년 한 해동안 잠정 영업이익이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7.1%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13억원으로 9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다올투자증권의 잠정 영업이익은 985억원으로 전년보다 33.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766억원으로 56.49%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 줄어든 43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당기순이익은 완전히 적자 전환해 47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국내 자산시장이 침체된 영향으로 보인다. 또 하반기에 부각된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도 증권업계의 대외 불확실성을 크게 키웠다는 평가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대형사들에 비해 위험 노출이 비교적 큰 후순위 PF나 브릿지론 등에서 발생한 수익 위주의 운영을 했으나, 지난해 시장 위축에 실적이 크게 줄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부동산 PF를 기반으로 수년간 순이익이 급증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PF 사업성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크게 하락했다"며 "다수 사업장에서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에 제동이 걸렸고 우발부채가 현실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잠재부실의 현실화 규모와 재무 안정성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이달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제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부과된 배상액을 선지급하면서 영업이익은 흑자를 유지했으나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달 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영향으로 원고에 배상액을 선지급한 것이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에 영향을 줬다"며 "올해는 변화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통해 위기상황에서도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황 부진의 여파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자금 운용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일 열린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동산 PF 및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이나 현금배당 등을 더욱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 및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성과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독 당국도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 보상 체계의 적정성 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증권사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현재 단기금융시장 경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는 일부 증권사가 배당해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