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인 규제 사각지대,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최병춘 기자 입력 : 2023.01.26 07:36 ㅣ 수정 : 2023.01.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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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급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은 기정사실로 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성 금융권과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기준을 정립하고 공시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최근 증권형 토큰(STO) 발행도 허용, 다음 달에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공개해 시장에 적용키로 하는 등 제도권의 가상자산 수용 작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시장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가장자산 거래소의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화의 기틀이 돼야할 법제화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6일 진행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신용협동조합법 등 우선 법안에 밀려 가상자산 관련 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정무위는 가상자산법안 심사 연기 이유로 “가상자산 법안 앞 순번의 법안을 논의하다 앞서 합의했던 소위 회의 시간이 끝나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열린 소위에서도 관련법 10건을 상정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심사를 미룬 바 있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법률은 지난 2021년 9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다만 해당법이 자금세탁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세조정, 불공정 거래 등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법률적 정의도 갖춰지지 않아 관련 산업 진흥도 요원한 상태다.

 

업계 반발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등 상당수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는 빠른 법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화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데다 현재 각종 사건으로 가상자산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불분명한 기준과 법 적용은 시장 혼선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상자산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도 아닌 상임위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게 여야 간 대립이나 업계 반발이 아닌 ‘검토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라거나 ‘시간이 없어서’였다. 

 

‘급하지 않아서’가 이유인 셈인데 지켜보는 입장에서 허탈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루나-테라 가격 폭락 사태 직후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연내 통과를 자신하던 것과 너무 다른 태도다. 

 

물론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있다. 특히나 가상자산과 같은 생소한 분야의 경우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떠 안아야 할 국회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적하다. 작년 막대한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일련의 사건이 올해 또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법 제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조금 미비하더라도 시급한 사안만 추려 우선 법제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급한 것부터 일단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법은 없다. 문제는 법률 통과는 둘째치고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내 논의가 이뤄져야 무엇이 시급한지, 또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칫 여론의 질책에 내용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밀리듯 입법이 이뤄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자칫 정치인의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가상자산법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설령 세간의 의심처럼 이 같은 ‘방치’가 무지에 의한 것이라면 법 사각지대에 몰려있는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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