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조세 허점 메우기 속도 낼까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12.27 07:24 ㅣ 수정 : 2022.12.27 07:24

국회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개정안 통과
과세 인프라 구축‧투자자 보호 등 제도 마련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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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우여곡절 끝에 2년 더 미루기로 했다. 이에 가상자산 투자자와 사업자들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조세 인프라 구축 등 과세 실현을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27일 가상자산업계 따르면 국회는 지난 23일 밤 열린 본회의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은 내년 1월 1일에서 오는 2025년 1월로 연기됐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지난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적용됐다. 법률에 따라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를 통해 기본공제금액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사람에게 20% 세율로 과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행 시기는 과세 준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계속 미뤄져 왔다. 가상자산 과세 내용이 담긴 첫 세법개정안 통과 당시 1년 뒤인 2021년 10월부터 시행하려고 있지만 2022년 1월, 2023년 1월 등 두 차례 연기됐다. 올해 시행일 1주일여를 앞두고 국회 결정으로 과세는 2년 더 유예, 총 3차례가 연기됐다.

 

이번에도 과세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유예 이유였다. 다만 결정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 우여곡절 끝에 세번째 과세 유예 결정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필요성과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기존 과세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9월 해당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합의는 지지부진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유예 개정안을 함께 ‘조건부’로 검토하겠다고 나서 여야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또 과세 형평성 문제와 과세 시스템 구축 수준에 대한 이해가 엇갈린 것도 한몫했다.

 

지난달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이미 1년을 연기했고 그 당시 이미 과세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끝났다고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로 연기하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된 지 이미 수년이 지났는데, 또 2년간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뇌물과 같은 불법소득에도 과세를 하고 있는데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발언했다.

 

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 투자자와 거래소가 대폭 늘었고, 올해 하반기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이후 시장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과세 인프라 보강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 및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가 지연되면서 결국 정기국회 일정을 넘겼다.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며 시행 1주일여를 앞두고 유예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게 됐다.

 

이에 당장 과세 부담에서 벗어난 가상자산 사업자와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지난 26일 “여야 합의가 늦어짐에 따라 다가오는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700만 가상자산 투자자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며 “예정대로 과세할 경우 혼란과 함께 국내 투자자의 외국 유출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세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제도 정비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제도 현실상 유예가 불가피했지만, 결과적으로 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정책 신뢰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규율 정비 등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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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과세 인프라 구축·기본법 제정 등 과제 산적

 

특히 업계에서는 직접 과세 대상이 될 사업자와 투자자들은 과세 기준이 되는 취득가액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자칫 폭탄 과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도 지난 22일 “과세를 위해서는 정확한 취득가 산정이 선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통합 DB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 취득가격을 수정하게 되면 그 이후의 모든 가격에 영향을 미쳐 과거 취득원가 수정을 소급적용 인정할 경우 세액 산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소급적용을 인정 안 하면 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의 대여(렌딩서비스 등)로 인해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 정의가 미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달 30일 공개한 ‘국내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 납세자의 취득가액 등 과세정보 및 세액 산정‧납부를 위한 과세시스템 확보 △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가 사례를 고려한 국제적 정합성 확보 △ 가상자산 대여소득에 대한 정의와 구체적인 규정 확립 △ 가상자산 순양도차손에 대한 이월공제 허용 방안 논의 △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도입, 무형자산이 아닌 투자상품 전환 등 제도 및 행정 시스템 등에 대한 과세당국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과세 선행 조건으로 제시됐던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업법권 제정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현재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법안은 지난해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주로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제)’를 추진하는 한편 국회에서는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이 발의돼 있다.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을 포함해 모두 10개로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와 투자자·산업 진흥을 보호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마찬가지로 여야 대립 속에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앞서 정부위원회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원회가 수차례 취소됐다. 임시국회 일정도 끝나가면서 사실상 연내 통과는 어려워졌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통과로 기본법 제정 요구가 커진 만큼 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DA는 “여야 합의가 늦어짐에 따라 다가오는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700만 가상자산 투자자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며 “이번 유예 조치를 계기로 선 제도 정비 후 과세라는 공약에 따라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법 제도 개정, 국세청·거래소 DB 정비 등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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