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친 컬리, 가속페달 밟는 오아시스...IPO의 엇갈린 운명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1.17 07:34 ㅣ 수정 : 2023.01.17 10:52

컬리, IPO 연기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 재추진 예정"
오아시스, 증권신고서 제출... 코스닥 상장 절차, 2월7~8일 수요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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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강자로 떠오른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오아시스가 새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엇갈린 주목을 받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지=freepik, 각 사 로고]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강자로 떠오른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오아시스가 새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엇갈린 주목을 받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증시 입성을 노린 컬리가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으나 상장 진행을 멈추면서, 자연스레 시장 관심은 상장을 본격화한 오아시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SSG닷컴이 상장을 연기했는데 컬리마저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오아시스가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다만 냉각된 IPO 시장에서 제대로 활약해줄지가 관건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남아있는 일정은 다음달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2월 중 상장 예정이다.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071050)이 공동 대표 주관사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500~3만9500원이며, 총 공모금액은 1597억~2068억원이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1조2534억원 수준이다. 총 공모주식 수는 523만6000주(신주 366만5000주·구주 157만1000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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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오아시스가 시장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조원 규모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이 330억원을 투자하면서 1조1000억원의 몸값을 올렸다가,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기준을 낮췄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 당시 최대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목표로 삼고 공모가 희망밴드도 3만9600원~4만6200원을 제시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2011년 설립한 오아시스는 일반적인 온라인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현재 53개)으로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구축된 생산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좋은 유기농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컨셉이 통했다. 

 

2018년에는 '오아시스마켓'을 런칭하며 신선식품 새벽배송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식료품 온라인 배송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폭풍 성장했다.

 

업계 안팎에서 오아시스를 매력있게 보는 이유는, 컬리보다 규모는 작지만 꾸준한 ‘흑자’ 경영을 통해 내실이 탄탄하다는 점 때문이다. 

 

오아시스의 매출은 2015년 193억원 수준에서 2021년 3569억원으로 약 18.5배나 질주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18억원, 영업이익 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와 78.4%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오아시스의 기업가치 책정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이제 팬데믹(대유행)의 끝자락에서 ‘엔데믹(풍토화)’을 준비해야 하는 변곡점이 눈앞에 와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점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힘을 받는 분위기 속에 이커머스 분야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오아시스보다 먼저 상장을 준비한 컬리가 지난 4일 상장 연기를 공식화했다는 점은 달라진 시장 상황을 시사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지난해 IPO 시장에 발을 많이 내디뎠다가, 시장 상황이 안 좋아 다시 발을 뺐다. 가뜩이나 올해도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가급적 상장하려 들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증시와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어야 IPO 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컬리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5개월 만인 8월 말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예비심사 과정에서 적자와 불안정한 지분 구조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이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의무보유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한 뒤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결국 금리 인상·증시 침체 등으로 무난히 넘어서지 못했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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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마켓컬리, 하나증권]

 

앞서 컬리는 2021년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몸값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컬리는 밤 11시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 문 앞에 상품을 배송하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다. 컬리의 매출은 급증했지만 물류센터 구축·배송 인건비 등이 투입되며 영업손실은 △2019년(986억원) △2020년(1162억원) △2021년(2177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외형을 키웠던 이커머스 업체들은 지난해 수익성 개선 기조로 돌아섰으나, 컬리는 외형 성장을 지속해 왔다. 

 

장보기 상품 위주였던 컬리는 지난해 말 화장품 전문관 ‘뷰티컬리’를 정식으로 열고 아이돌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도 펼쳤다. 올 상반기 중에는 경기 평택시와 경남 창원시에 물류센터를 열고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현금 흐름을 기업가치로 본다”며 “이커머스는 점유율뿐 아니라 실적 추정도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두 업체가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냉랭했던 IPO 시장에서 이번 오아시스가 제대로 활약해준다면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다. 문제는 수요예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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